[포스트 4.27과 제주] (5·끝)제주발 대북경제협력사업

[포스트 4.27과 제주] (5·끝)제주발 대북경제협력사업
저렴한 노동력 이용 2차 가공사업 가장 적합
  • 입력 : 2018. 05.03(목) 14:18
  •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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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시 인근에 있는 마늘가공공장에서 제주산 마늘 가공 작업을 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모습. 사진=(주)산과들농수산 제공.

북한 인건비· 가공비 저렴 경쟁력 높아

도-경험자-유통업체 결합 제3섹터방식 적합

사업 안정성· 지속성 담보 장치 마련 절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중단된 제주발 경제협력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은 이날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발표한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10·4 선언'에서 남과 북은 개성공업지구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키로 합의했다.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 등에 대한 당시 박근혜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2016년 2월부터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전체 개성공단 부지 2000만평(66.1㎢)가운데 1단계 사업으로 100만평(3.3㎢)만 개발된 뒤 개성공단 사업은 더 진전되지 못했다. 10·4 선언에서 합의된 2단계 사업 250만평(8.3㎢)은 측량만 끝낸 상태에서 멈춰섰다.

 현재 '북한 대량 현금 제공 방지' 등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가 남북경협을 가로막고 있지만 최근 남북 화해분위기로 인해 제주발 남북경협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는 2006년 제주산 마늘 대북 임가공 사업을 추진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에서 생산한 마늘을 개성시 인근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 북한 근로자들이 손으로 껍질을 벗겨 가공한 후 국내에 유통시켰다. 이 사업은 2006년 4월 서울 소재 (주)산과들농수산과 북한 정성의학종합센터간의 계약체결로 이뤄졌다.

 국내 대부분 깐마늘 공장은 기계로 껍질을 탈피하는 방식을 채택해 상품성이 떨어지고 유통기간이 짧았으나 손으로 깐 마늘은 상품성이 좋고 유통기간이 길어 기계로 깐마늘 보다 kg당 100~200원 정도 높은 가격을 받았다. 특히 제주산 마늘은 굵고 마늘쪽이 좋아 손 깐마늘 가공에 적합했다.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와 가공비도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당시 kg당 1300원~1400원하던 제주마늘은 대북 깐마늘 사업으로 가격이 1700원~1800원으로 상승했으며, 연간 6000톤을 가공(제주마늘 전체 생산량의 1/5)하면서 국내 마늘시장 가격 안정을 견인했다. 마늘가격 상승으로 농가소득도 높아 졌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한 '5·24조치'의 일환으로 북측 내륙(개성공단 제외 지역)에 있는 기업들의 방북 불허로 제주산 마늘 대북 임가공 사업은 중단됐다.

 마늘 대북 임가공사업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남북경제협력이 재개되면 마늘뿐만 아니라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는 2차 가공사업도 좋을듯 하다"며 "지난번 마늘사업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와 정성제약회사, 남측에서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가교역할을 했다. 앞으로 남북경협사업 추진시 원자재조달과 대북 창구개설은 제주도가 맡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민간교류협력사업은 정치적 상황으로 좌지우지 돼서는 안된다"며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고 제주도와 사업경험자, 유통업체와 결합하는 제3섹터 방식으로 대북경협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사업초기에는 기업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원은 무상이나 저리융자를 해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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