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로 헐뜯는데 혈안이니 정책선거 되겠나

[사설] 서로 헐뜯는데 혈안이니 정책선거 되겠나
  • 입력 : 2018. 05.02(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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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조기 과열양상으로 흐르면서 혼탁해지고 있다.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인데도 정책 개발로 경쟁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주도지사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은 연일 앞다퉈 각종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상대 후보를 헐뜯는데 여념이 없다. 사실상 정책 대결이 실종되면서 제주의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후보는 원 후보의 예비후보 등록일을 전후해 서로 상대의 과거 전력 등을 거론하며 치고 받는 싸움이 한창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두 후보는 기자회견과 대변인 논평 및 성명, 그리고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지지자들간의 여론전까지 치열하다.

문 후보측은 "이번 선거는 지난 4년간의 원희룡 도정을 평가하고 심판하는 의미가 있는데도 원 후보는 반성도 없이 문 후보 흠집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위해 제주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연일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원 후보측도 지난달 24일 예비후보 등록에 앞서 도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고 문 후보를 제주의 적폐로 규정해 공격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어 예비후보 등록 후에는 잇따른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책 검증에 앞서 도덕성과 의혹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후보의 전면전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후보들도 가세해 연일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방훈 후보는 최근 이른바 '문대림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의혹을 제기하는 등 문 후보 때리기에 나섰다. 바른미래당 장성철 후보는 "전직 지사를 선거에 끌어들이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녹색당 고은영 후보는 지난달 30일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문 후보는 도의회 의장 당시 우근민 전 도지사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추진해 도정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제 지방선거가 40일 정도 남았다. 앞으로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혼탁양상은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럴 경우 서로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어 정책선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작 가장 중요한 후보들의 역량과 정책에 대한 검증보다는 소모적인 공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다. 지역의 일꾼을 자임하면서 마치 시정잡배처럼 서로 물어뜯으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어서다. 지금 제2공항 등 제주 현안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서 이러는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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