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장기미제 보육교사 살인사건 새국면 맞나

제주 장기미제 보육교사 살인사건 새국면 맞나
경찰, 동물실험 통해 사망 시점 추정
용의자 압축하며 재수사 '본격 착수'
  • 입력 : 2018. 04.25(수) 12:47
  • 손정경기자 jungks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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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제주지방경찰청 한라상방에서 동물사체 현장실험을 주관한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실험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정경기자

경찰이 장기미제사건인 제주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사망추정 시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어놓으며 사건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사건팀은 25일 오전 경찰청 한라상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요장기미제(사건번호:2015-173호)에 대한 동물사체를 이용한 현장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2009년 피살된 보육교사 이모(사망당시 27·여)씨의 사망 시점이 사체발견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라는 기존 부검의 소견을 뒤집고 이씨가 실종된 당일로부터 3일 사이에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당시에도 실종 시점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는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부검 결과 사체발견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숨졌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면서 수사에 혼선을 겪었다. 이씨는 2009년 2월 1일 실종됐다가 같은 달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오름 인근 농업용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물사체 현장실험을 주관한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사체 발견 당시 부패가 없었고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높다는 이유 등으로 사망추정 시점을 24시간 이내로 봤지만 실험결과 사체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낮아졌다 다시 높아지는 현상이 매일 나타났고 사후 7일이 경과한 실험용 돼지와 개의 부검결과에서도 부패의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수로에서 발견된 피해자 사체 위로 흙먼지가 잔뜩 쌓여있었다. 이는 사체가 수로를 가로막아 빗물이 넘쳤다가 날이 개면서 말랐던 흔적"이라며 "그해 2월 6일부터 8일까지는 비가 온 날이 없었다. 실종 시점에 가까운 2일과 3일에는 비가 내렸는데 이 점에 미뤄보아 3일 이전에 배수로에 사체를 유기했다고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망추정 시점이 달라짐에 따라 용의자도 압축되고 증거수집 방향도 달라졌다"며 "9년 전 발생한 사건이다 보니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용의자 특정과 관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6일부터 미제사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건 재수사에 본격 착수했으며 이씨의 사망 시점을 추정하기 위해 앞서 지난 1월 29일부터 3월 2일까지 현장 실험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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