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 실정 무시해 저가관광 바로잡겠나

[사설] 제주 실정 무시해 저가관광 바로잡겠나
  • 입력 : 2018. 04.25(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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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제주관광은 문제가 많았다. 단적으로 비정상적인 저가관광이 마치 정상처럼 이뤄지고 있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현지에서 관광객을 모집한 중국 여행사가 국내 여행사에 숙식비·교통비 등 일정 비용을 내야 한다. 한데 투어피를 주기는 커녕 오히려 한국 여행사가 거꾸로 중국 여행사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른바 인두세로 불리는 수수료까지 주고 중국 단체관광객을 데려오면서 저가관광이 판치는 것이다. 정부가 쇼핑에 치우친 중국인 단체관광 퇴출에 나섰지만 제주에선 얼마나 효과를 볼지 우려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1일부터 전담여행사의 역할과 의무를 강화한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업무 시행지침'을 개정해 실시하고 있다. 문체부는 지침을 개정하면서 전담여행사 제재 사유로 '수익창출 경로가 쇼핑수수료에만 의존하는 등 단일화된 경우'를 추가했다. 저가 중국 단체관광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송객수수료(쇼핑수수료) 문제를 손 보겠다는 뜻이다. 송객수수료에 목맨 영업 행태로 3차례 적발되면 전담여행사에서 취소된다.

지금까지 국내 여행사는 중국 단체관광객을 모집한 현지 여행사에 1인당 일정 금액의 인두세를 냈다. 국내 여행사는 이 지출을 메우기 위해 기념품이나 면세점에서 쇼핑관광을 통해 만회한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단체관광 일정 대부분이 무료관광지로 채우거나 쇼핑을 강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체부는 현재 구축된 전자관리시스템을 통해 전담여행사의 수익 구조에서 쇼핑수수료가 얼마나 차지하는지 수시로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정된 지침을 적용받는 제주지역 여행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내여행업(내국인만 유치)을 제외한 도내 450여개 여행사(일반·국외여행업) 중 지정된 전담여행사는 6곳 뿐이다. 다른 지역은 중국 단체관광객의 경우 전담여행사와 연결돼야만 비자가 발급된다. 제주는 무비자 지역이어서 전담여행사가 아니더라도 중국 단체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송객수수료 규제가 전담여행사에 한해 적용되면서 근본적인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걱정스럽다. 정부가 저가의 중국 단체관광에 대해 칼을 빼들었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의문이다. '무비자 지역'인 제주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서다. 때문에 제주관광의 고질적인 저가관광의 폐해를 바로잡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저가관광의 병폐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은 결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담여행사 지정·관리 권한을 넘겨달라는 제주도의 요구에도 정부가 응하지 않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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