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대나무로 엮은 '차롱'에 담아낸 제주의 맛

[동네방네]대나무로 엮은 '차롱'에 담아낸 제주의 맛
호근동, 지역의 치유의 숲과 연계 '차롱 도시락' 선봬
3월에 760개 판매…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으로 정착
  • 입력 : 2018. 04.23(월) 17:55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서귀포시 호근동은 2016년 마을에 치유의 숲이 개장하면서 대나무로 엮어 만든 제주문화유산인 동고량에 제주의 맛을 담아낸 '차롱 도시락'을 판매하며 마을소득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진=대륜동 제공

제주에서는 예전 빙떡, 빵을 담아두거나 이웃·친척집에 부조할 일이 생기면 음식을 만들어 담아가던 생활용품이 있었다. 바로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네모나게 그릇모양으로 엮어 만든 '차롱'이다. 집집마다 대나무를 심었던 터라 재료를 구하기도 쉬웠고, 물기에도 강해 오래 사용할 수 있어 식생활 용구로는 그만이었다. 목장에 소나 말을 돌보러 갈 때는 차롱보다는 작은 크기의 휴대용 도시락인 '동고량'을 이용했다.

 서귀포시 지역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수작업으로 직접 엮은 동고량에 제주전통의 맛을 담은 도시락을 선보여 마을소득을 높이고 주민 일자리 창출로 엮어가는 마을이 있다. 바로 치유의 도시락으로 유명한 '차롱 도시락' 사업을 진행하는 호근동마을회(회장 현명철)다.

 호근동에서 차롱 도시락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지역에 '치유의 숲'이 개장하면서부터다.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역공동체 사업을 모색하던 중 제주의 문화유산인 차롱에 건강먹거리를 담아 도시락으로 제공하기로 하고, 그 해 6월부터 진행되는 산림치유프로그램 탐방객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힐링 도시락으로 숲을 찾는 이들 사이에서 한번쯤 맛봐야 할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개장 첫해 897개를 판매했다.

대나무로 차롱을 만드는 호근동 마을의 김희창 할아버지.

 음식을 담는 차롱은 마을에서 60년 넘게 동고량 등 죽제품을 만들어오고 있는 김희창(77) 할아버지 등 노인회원들이 수공예로 만든다. 하루에 1인용 도시락 1세트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만만찮은 작업이다.

 마을에서 올해 3월까지 판매한 차롱 도시락은 8130개로, 1억2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3월 한달 판매량만도 760개나 된다. 마을은 특허청에 '차롱'이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도 마쳤다.

 차롱 도시락에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12~14가지 음식이 담긴다. 3일 전에 미리 주문을 받아 오전 일찍부터 마을부녀회 등 지역주민 너 댓명의 손맛을 빌어 제주 전통음식인 빙떡에서부터 전복적(꼬치), 톳주먹밥 등 향토음식을 중심으로 만든다. 형형색색의 빛깔고운 음식은 입으로 먹기 전에 눈부터 즐겁게 한다. 그야말로 웰빙음식을 통한 오감만족이다.

 차롱 도시락은 입소문을 타며 제주에서 열리는 학회 등에 참가하는 외국인이나 다른지방 사람들이 주문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일정 물량 이상을 주문할 경우 제주시 지역으로도 배달서비스를 제공한다.

 호근마을회에서는 또 제주대학교 산업협력단과 협업으로 '치유의 숲 해설사 양성'도 함께 진행해 해마다 교육을 실시하며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현명철 호근동 마을회장은 "차롱 치유 도시락 사업이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을 계승하면서 마을주민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치유의 숲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찾던 도시락이 이제는 제주 전통의 맛을 보려는 이들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락 가격은 개당 1만5000원이다. 주문은 3일 전 예약해야 한다. 예약문의 760-3067~8.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61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