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9/ 함께 읽는 제주, 다시 '책'이다] 현장 탐방①

[창간29/ 함께 읽는 제주, 다시 '책'이다] 현장 탐방①
"책 읽기 통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 입력 : 2018. 04.19(목) 2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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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고의 독서PT활동 모습. 강희만 기자

제주여고 독서PT활동, 소외없는 수행평가로
팀별 도서 선정·PPT 제작·발표까지 '척척'
"'여럿이 한 권 같이 읽기'로 독서를 생활화"
사회를 보는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 갖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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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정부가 지정한 '책의 해'다. 국민 독서율 회복은 물론 위기에 빠진 출판문화산업의 구조를 타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출판·독서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한라일보도 창간 29주년에 맞춰 '책'을 제주지역사회의 화두로 꺼내보고자 한다. 왜 책을 읽어야하는지,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장이 되길 바란다. 기획의 학교 탐방편 첫번째 이야기는 독서 특색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여자고등학교 이야기를 담았다.

제주여고의 독서PT활동 모습.

"초등학생때까지 주말엔 늘 책과 함께였다. 중학생이 되고 내신과 수능 등 입시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책을 읽을 시간이 사라졌다." 한 여고생의 말이다. 입시 준비를 해야하는 대부분의 제주지역 학생들의 '책 읽기' 패턴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로 책 읽기를 할 정도로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없는 현실 속에서 제주여고는 수업시간에 독서활동을 한다. 굳이 따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교육과정 속에 책 읽기가 스며든 것이다.

제주여고는 수행평가로 현재 1·2학년 전학생이 참여하는 독서 PT활동을 하고 있다. 학급 내에서 5명이 한 팀이 되어 하나의 도서를 선정해 읽은 뒤, 개인별 독서감상문과 3회 이상의 팀별 토의기록을 제출하고 PPT로 재구성해 발표하는 활동이다. 학기 초부터 약 5개월에 걸쳐 국어시간에 과정평가로 이뤄지는데, 학급별 예선을 거친 상위 2팀이 본선대회(독서PT대회)에 진출한다.

올해 1학년 독서PT를 담당하고 있는 강수현 교사는 "독서 PT활동은 몇 가지 미션이 있는데 3~5개의 키워드를 찾고 책의 내용과 결부해서 설명하기, 책의 내용을 현실문제와 연관시켜서 탐구활동을 병행하기 등"이라며 "이런 세부적인 평가 요소가 있어 훨씬 구체적이고 내실있는 독서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여고의 독서PT활동은 5년전인 2013년으로 거슬러간다. 처음 독서PT대회를 시작했던 오정훈 교사는 "읽을 책을 교사가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주제도서 선정에서부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현실문제와 연관시키는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도서나 자료를 찾아보기 때문에 독서나 탐구습관이 교육이 아니라 생활문화로 자리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독서PT대회는 독서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까지 끌어들이기 위한 교직원들의 교육활동 개선 노력으로 2년전부터 국어시간에 예선을 겸한 수행평가로 진행되고 있다.

백일화 교사(인문사회교육부장)는 "발표할 때 팀 내에서 서로 파트를 나눠서 하기 때문에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학생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된다"며 "책은 인생의 벗이라고 하는데 우리 학교에서는 최소한 독서활동에서 소외된 학생이 없다는 것, 이것이 보람이다"며 흐뭇해 했다. 특히 백 교사는 "여러번 읽고 토의하는 과정에서 책을 깊이 이해하게 되고, 같은 책을 읽더라도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독서PT활동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학생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독서PT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오현지 학생(2학년)은 "우리의 삶이나 사회문제와 연관해야해 조원마다 기사 검색이나 일상생활의 조사를 많이 해야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또다른 정보습득 의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강지우 학생(2학년·우수상)도 "책을 읽고 독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주제와 엮어서 자료를 더 찾아보고 거기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내신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에 책을 한 권 온전히 읽어야하는 수행평가가 부담되지는 않았을까.

김성희 학생(2학년·장려상)은 "처음에 선생님이 독서PT대회 영상을 보여주시는데 그걸 보면 친구들이 모두 하고 싶어한다"며 독서PT활동 전 충분한 동기부여가 이뤄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개인별 독서활동기록지를 제출하고, 이어 조별 토론회를 통해 보고서를 제출하고, PPT 발표자료를 만드는 등 모든 학생이 책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 잘 마련돼 있다"며 "무엇보다 여럿이 한 권을 읽음으로써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제주여고는 이외에 '고전기행반' 독서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제주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교과통합 독서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4·3도서를 읽고 미술시간에 4·3엽서 그리기, 도서를 뮤지컬 대본으로 각색해 축제 때 공연하기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는 카트에 시집 100권을 싣고 다니며 시구절과 관련된 경험을 발표하고 기억에 남는 시구를 쓰는 '내 인생의 시구 찾기'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왜 책인가?] 오시열 제주도교육청 독서교육 담당 장학사
"아이들은 책과 놀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삶은 관계다. 관계는 소통으로 이뤄진다. 소통은 관계를 지속시키며 그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어렸을 때부터 소통을 잘 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독서를 통해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지식은 이제 손바닥 안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력과 소통의 힘은 생활 속에서 많은 경험과 실패를 통해서 얻어지는 데 그것이 모두 책 속에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인공지능이 깊숙하게 자리 잡을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상력과 소통 능력을 가진 자가 빛을 보게 된다. 교육청에서는 소통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사제동행-같은 책을 읽고 생각 나누기' 독서 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함께 나누면서 공감하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소통 능력을 키워주는 활동이다.

교사와 학생이 수업 전 아침 시간이나 교과 시간, 또는 창체 시간에 같은 내용의 책을 함께 읽는다. 같은 내용이지만 서로의 경험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르고, 배경 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나누는 이야기는 당연히 같을 수 없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대방의 처지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자신이 가졌던 지식과 느낌의 폭을 수정하기도 한다. 경청을 배우기도 하고, 책 속 등장인물의 아픔과 슬픔도 공유하며 자신을 치유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책과 놀이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참 바쁘다. 학교를 마치고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삼삼오오 모여 땀을 흘리며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이 우리 주변에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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