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르포] 삼엄한 긴장 속 남북 정상 만남 준비 분주

[판문점 르포] 삼엄한 긴장 속 남북 정상 만남 준비 분주
한 때 자유롭게 남북 이동했었지만 1976년 도끼만행사건 이후 철저 분리
회담 장소 평화의 집 리모델링 공사 한창.. 정상회담 전세계 생중계 예정
  • 입력 : 2018. 04.19(목) 14:05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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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판문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했을 방문을 절실히 바랐던 곳이기도 하다. 철책도 담장도 아닌 군사 분계선 하나를 두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장이라는 점에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의 현실을 눈앞에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8일 남북정상회담 취재 기자들을 대상으로 판문점 프레스 투어가 마련됐다. 그동안 일반 견학을 허용했던 판문점은 남북정상회담이 확정된 이후 일반인 참관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그래서인지 더욱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손님 맞이를 위한 설레는 분주함이 느껴졌다. 역사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시 가장 오고 싶어했던 곳… 분단현실 한 눈에

판문점은 남북이 가장 극한의 대치를 하고 있는 곳인 만큼 이곳으로 가는 여정은 여러 관문을 거쳐야 했다. 복잡한 서울 도심을 빠져나간 취재진들의 차량이 경기도 파주시 '통일의 관문' 앞에 멈춰 섰다. 이곳은 통일 대교의 입구로 신분 확인을 위한 차량 톨게이트와경비 초소가 서 있다. 통일대교는 1993년 자유로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까지 도로 신설 및 확장 공사가 추진되면서 건설됐다.

경비 초소 장병이 차량 안으로 들어와 신분증을 검색했다. 북한 접경지역임을 깨달으며 버스 안에 긴장감이 느껴진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통일대교를 접어들고 인적도, 차량도 드문 벌판이 드러난다. '거동수상자 발견시 군부대 신고'라고 쓰여있는 표지판이 군데 군데 보였다.

버스는 조금씩 더 북쪽으로 향했다. 남방한계선 철책선을 지나고 비로소 비무장지대 DMZ(Demilitarized zone)에 진입했다.

6.25 전쟁이 종전(終戰) 아닌 정전(停戰)으로 마무리된 뒤, 육상의 군사분계선인 MDL(MilitaryDemarcation Line)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각각 2km씩 떨어진 곳에 육상 남방한계선, 육상 북방한계선이 설정됐고, 그 안쪽은 모두 비무장지대다. 여기서부터는 모든 땅이 국유지로, 수렵이나 채집이 허용되지 않고, 일반인의 발길도 닿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 천연기념물 두루미를 비롯해 백로, 고라니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곳에도 활짝 피어있는 벚꽃에 한 눈을 파는 사이, 대성동 마을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비무장지대에는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지만, 예외적으로 총 47세대에 194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대성동 마을이 있다. 이곳은 북한의 기정동과 함께 각각 남북에 평화상징마을로 조성된 곳이다. 대부분의 주민이 6.25 전쟁 이전부터 거주해오던 주민들의 직계자손인 경우다.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아 이들 주민들은 주민세를 납부하지 않고, 국방의 의무도 지지 않는다. 대성동 마을을 지나면서 먼 발치에 북측이 설치한 철탑에 걸린 인공기가 눈에 들어온다. 북한이 지척에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 군사분계선 앞,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긴장

이윽고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 유엔사 경비대대 입구에 도착했다. 경비대대 소속 군 관계자가 차에 올라 약 40분 동안 이뤄지는 판문점 견학에 대해 설명하며, 주의사항을 강조한다. 이동 중에는 촬영이 금지되고, 견학 중 북한 측 대남방송이 들릴 수 있는데 이는 명백한 도발행위라고 설명했다. 또 견학단은 북측 경비대를 향해 손짓이나 말을 건네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분여를 지나 공동경비구역인 판문점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통일로를 따라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곳으로 판문점 회담장을 둘러싼 지름 800m 공간인 공동경비구역은 휴전선 내 유일한 유엔·북한 공동경비지역이며 남·북한의 행정관할권 밖에 있다. 경비대대 관계자가 다시한번 판문점 내 견학 수칙을 당부한다. 북한의 감시가 있는만큼 행동을 삼가야 하며 북한으로부터 직접 노출되어 있어 가장 위험한 군사지역인만큼 이를 어길 경우 물리적 제재나 견학이 취소될 수 있음을 주지시켰다.

정상회담 개최 장소인 '평화의 집'.

▶ 누구도 예상못한 분단의 시간

판문점이라는 명칭의 유래를 보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분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판문점 자리는 원래 널문리라는 마을이 있었다. 휴전회담 장소로 중공군 대표들이 회담장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인근 주막에 널문리의 '널'(널빤지)를 한자로 표기한 '판'과 주막의 '점'을 합쳐 만든 판문점이라는 간판을 내건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판문점에는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장을 비롯해 유엔측의 '자유의 집' 등 10여 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남측 구역 가장 안쪽에 있는 건물이 '평화의 집'이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물꼬를 트면서 고위급 회담이 개최된 곳이다. '평화의 집'은 조만간 있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서 30걸음 정도 옮기면 '자유의 집'이다. '자유의 집'은 판문점서 휴전회담 진행될 때 당시 유엔사측 대표 대기 장소로 사용된 곳이다. 북측 판문각을 마주하고 있는 건물로 이곳 로비를 지나 군사분계선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자유의 집' 로비를 통과하고 반대편 출구로 나서자, 북한군 병사 오청성이 목숨을 걸고 귀순할 때 북측의 총격이 있었던 장소와 가까운 파란색 건물 세 채가 있는 군사분계선 지역이 나타난다. 우리측 군인들만이 견학단 보호를 위해 군사분계선 주변에 배치돼 있었다.

남과 북이 공유하는 이 파란 건물 세 채는 T1, T2, T3라고 불리는데 T는 Temporary(임시의)의 약자다. 임시 건물이라는 의미로 당시만 해도 정전협정이 60년 넘게 이어질 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T1은 중립국위원회 회의실, T2는 군사정전회의장 T3는 실무장교회의실이다.

T2 건물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역사적 장소다. 회의장 가운데 테이블 위 마이크 선 조차 군사분계선 위치와 일치한다. 다만, 이곳에서는 남측 견학단이 있을 경우 남측 경비 인력만 들어가도록 돼 있어, 외부 군사분계선을 개의치 않고, 건물 안을 오갈 수 있다. 남북 군사분계선 위에 지어진 건물이기에 견학단은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셈이다. 회담 장 밖에는 바닥에 이 건물을 가로 질러 폭 50cm 높이 5cm 콘크리트 판이 깔아놓아 군사분계선을 표시하고 있다.

1976년 이전 JSA에는 남북간 경계가 없었다. 서로 오갈 수 있는 중립지역이었지만 1976년 북측의 도끼만행사건으로 사상자가 발생, 양측 군정위가 남북분할을 결정, 군사분계선이 설치됐다.

JSA 안보교육 사진 전시물.

▶ 종전선언시 가장 큰 변화 전망

정상회담 개최 장소인 '평화의 집'은 여러 준비 사정을 감안해 외부에서만 볼 수 있었다. 취재진은 JSA 안보견학관으로 이동, 이곳의 역사를 둘러봤다.

이날 기자단의 최대관심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남 루트였다. 북측 통일각에서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거나, 차량을 이용해 자유의 집 옆으로 난 길을 이용할 수도 있고, 헬기를 타고 JSA 내 계류장에 내리는 방법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순간부터 정상회담은 생중계가 예정돼 있다. 이를 위해 이 지역에서 차단되는 통신도 당일에는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JSA 안보교육 철조망 전시물.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가장 큰 직접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곳도 판문점이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휴전관리체제에서 종전관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휴전관리의 주체는 형식적으로 유엔사령부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관리 업무도 유엔사령부가 맡고 있다. 종전이 선언되면 휴전관리체제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므로 유엔사령부의 지위와 역할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종전선언시 비무장지대 관리를 비롯한 실질적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위해 비무장지대 초소에서의 무기 철수 등의 조치들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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