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우의 특별기고] 장애 환자에 대한 치과 진료에서 존중의 의미

[조찬우의 특별기고] 장애 환자에 대한 치과 진료에서 존중의 의미
  • 입력 : 2018. 04.19(목)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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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은 식이를 조절하고 구강 위생 관리를 잘하기 어려우므로 구강 건강에 취약하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치과 진료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로는 첫째, 스스로 치과를 방문하기 어렵고 치과 진료를 위해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는 점, 둘째, 일반 치과를 찾는다하더라도 협조도 문제로 치과 진료를 받기 어렵다는 점, 셋째, 경제적으로 치과 진료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장애인들의 치과 진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9개 권역에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정부와 시·도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고, 2017년 12월에 제주대학교병원에 제주권역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개소됐다. 제주도내 장애인들의 치과 진료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뜻 깊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아치과의사로서 왜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본 적이 있는데, 세 가지 이유로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첫째, 비용을 지불하는 수요자로서의 권리이다. 이러한 환자의 권리에 대해 치과의사는 필요한 진료를 환자에게 제공해 줄 의무가 있다. 둘째, 소아치과의 행동 유도의 관점에서 공포심 없이 치과 진료를 받고, 치과 진료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현재의 치과 진료를 잘 받는 것 뿐만 아니라, 구강 건강을 위한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내원을 유도해 환자의 장기적인 구강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앞서 두 가지 이유가 아닌 경우, 즉 경제적으로 어렵고 신체적, 인지 능력이 부족한 장애인을 진료할 때, 문득 이 분들에게 진료해야 할 어떠한 다른 분명한 이유가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 경우 치과 진료를 하기에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고, 진료를 하더라도 신체적, 인지 능력이 부족한 장애 환자들이 현재의 치과 진료를 잘 받고, 긍정적 경험을 얻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불편한 환자를 돕는 것이 치과의사의 도덕적 책무이므로 직관적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진료의 본질적 이유는 '존중' 이라고 생각한다. 존중이란 상대방을 나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조건 없는 목적 그 자체로 대하는 것이다. 치과 진료를 원하거나 필요한 환자라면 치과 진료를 통해서 환자를 존중하는 것이 치과의사의 궁극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우연에 의해 일어난 선천적, 후천적 사건에 의해 생긴다. 이러한 관점을 가지면 장애 환자와 보호자를 바라볼 때, 전혀 나와 상관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가족 중의 한 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장애 환자와 보호자들은 사회적인 소외, 주위 사람들의 냉정한 시선, 자책 등으로 자존감이 매우 떨어져 있다. 따라서 장애 환자를 진료하고 보호자를 대할 때 다른 환자, 보호자들보다 더 경청하고, 더 설명을 잘해드리고, 더 친절하게 대하고, 더 존중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의미 있고 성공적인 일이란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위한 치과 진료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매우 의미 있고 성공적인 일이다. 앞으로 제주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장애 환자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실현하는 곳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제주도내 많은 장애 환자들이 제주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 치과 진료를 통해 존중의 마음을 얻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조찬우 제주대병원 소아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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