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재의 목요담론]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수재의 목요담론] 한라에서 백두까지
  • 입력 : 2018. 04.19(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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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등산권 지질공원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국내에서 제주도, 청송에 이어 세 번째이다. 우리나라는 140개의 세계지질공원 중 중국(37개소), 스페인(11개), 일본(9개소) 등에 이어 11번째로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지질유산이 국제적으로 가치가 있고, 또 지역 주민의 보전 의식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으로 우수한 지역을 대상으로 책임관광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지질유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이 중심인 국제 지정지역이다. 따라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요 관심사이다. 이에 따라 지역주민 중 해설사를 유네스코에서는 '지질공원 대사(Geopark Ambassador)'라고 부른다. 이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잘 지원하여 방문객에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해당 지역의 방문객은 증가할 수 있다.

환경부는 2020년까지 세계지질공원 4개소 인증을 목표로 한 바 있는데, 현재 한탄강 (철원, 연천, 포천), 전북 서해안권(고창, 부안), 부산 국가지질공원이 각각 유네스코 인증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따라서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중 특히 흥미를 끄는 지역은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이다.

이 지역은 북한의 평강지역에서 분출한 용암이 남쪽의 철원, 포천, 연천, 파주까지 흘러와 110 km 이상의 장대한 한탄강 용암지대(Hantan River Basalt)를 형성한 곳으로 미국 워싱튼 주의 콜롬비아강 용암지대(Columbia River Basalt) 같이 아주 특이한 경관을 연출하는 곳이다. 이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흥미있는 사건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얽혀 있는 곳이다.

이곳은 용암대지는 철원의 북한 노동당사 유적지 부근의 해발 362m의 소이산 정상 전망대에 올라가면 북한 지역까지 활원하게 용암이 연결된 것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다만 군사분계선(DMZ) 지역만 다소 검은데, 이는 남북한이 분단된 상황을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은 지질유산 이용한 지질관광을 통하여 접경 지역주민의 지속가능 발전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하여 세계지질공원을 추진 중이다. 최근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으므로 세계지질공원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추진하면 유네스코의 핵심 가치인 '평화'를 한반도에서 실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침 해당 지역은 용암이라는 지질학적 일치성, 역사와 문화적으로 동질성이 있으므로 국경을 공유하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적격이다. 국제적으로는 독일·폴란드, 아일랜드·북아일랜드, 헝가리·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 4개소가 국경을 공유한 세계지질공원으로 운영 중인데, 해묵은 분쟁은 세계지질공원의 공동 운영을 통하여 뒤안길로 사라지고 향후 세대의 협력과 번영을 상징하는 평화의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을 북한과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국제 사회에 우리 민족의 평화에 대한 접근 방법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고, 아울러 국내외 관심을 불러 일으켜 국제적인 관광지로도 거듭날 기회가 있다.

이를 위해 남북한 회담 의제에 남북한 공동세계지질공원 추진이 포함되기를 바라며, 한편으로는 접근성 개선, 관광 인프라 지원, 연구 활동 증진, 국제 무대 홍보 등을 차분하게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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