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비자 악용, 안일하게 대처해선 안된다

[사설] 무비자 악용, 안일하게 대처해선 안된다
  • 입력 : 2018. 04.18(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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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마치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헬기까지 동원해 '도망자'를 둘러싼 쫓고 쫓기는 사건이 펼쳐진 것이다. 무비자(무사증)로 제주에 들어온 중국인이 불법취업을 위해 다른 지방으로 무단 이탈하면서 시작됐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한 무비자 제도가 얼마나 악용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무비자로 제주에 입국한 후 불법취업을 위해 도외로 무단 이탈하려던 중국인과 알선조직을 검거했다. 경찰은 다른 지방으로 빠져나가려는 중국인과 알선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8일부터 추적에 나섰다. 10일 오후 5시쯤 제주항에서 여수행 여객선에 화물차량을 선적해 출항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곧바로 검거 작전에 들어갔다. 여객선보다 먼저 도착하기 위해 제주공항경찰대 헬기를 여수에 급파했다. 제주에서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헬기를 투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여객선이 여수항에 입항하자 대기하던 경찰이 화물차량에 숨었던 중국인 추모(53)씨와 한국인 운반책 임모(43)씨를 검거해 제주로 압송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11일과 13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알선조직 총책 리씨 등 4명을 모두 검거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알선조직은 중국인 불법체류자를 대상으로 현금 600만원을 주면 타 지역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광고를 내고 모집했다. 리씨 등 알선조직 4명은 모두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도내 감귤선과장 등에서 일하며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비자로 제주에 들어온 후 잠적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적잖다. 제주지역 불법체류자는 등록외국인까지 포함하면 1만명이 넘는다. 불법취업자도 5000명이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불법체류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무비자 입국자가 35만7588명으로 크게 감소했는데도 불법체류자는 줄지 않았다. 무비자 입국자가 전년(91만8683명)에 비해 38.9%에 그쳤지만 불법체류자는 2016년 7789명에서 지난해에는 9846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법체류자가 늘면서 이들을 고용하다 적발되는 불법고용주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2012년 42명에 불과했던 불법고용주가 지난해에는 334명으로 5년새 8배나 양산된 것이다. 가뜩이나 제주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범죄도 날로 급증하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제주가 국제관광도시이기 이전에 도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불법체류자 문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안일하게 대처해선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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