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조상님, 이젠 극락세계 가셨을 겁니다”

“부모님·조상님, 이젠 극락세계 가셨을 겁니다”
4·3 70주년 해원상생큰굿
  • 입력 : 2018. 04.16(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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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서순실 심방의 집전으로 초감제가 진행되고 있다.

찾아가는 현장 위령제 확대
신고 희생자 1만4천여 신위
열명올림·영가질치기 진행
마지막 7일째 행불인 대상


"마음이 풀리고, 안정이 됩니다. 부모님이, 조상님들이 극락세계로 가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4일 제주4·3평화공원 4·3평화교육센터. 기온을 떨어뜨리는 부슬부슬 비날씨였지만 4·3 70주년 해원상생큰굿 엿새째인 이날도 고양휴(68)씨는 굿판을 찾았다. 그는 지난 9일 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진행된 초감제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행불인 시아버지를 포함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의 시댁 가족 5명을 제주4·3으로 잃었다는 고씨는 이번 큰굿 덕분에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고 전했다.

4·3 70주년 해원상생큰굿이 일주일간의 여정을 마무리지었다. 제주민예총 주관으로 2002년 다랑쉬굴에서 처음 시작된 찾아가는 현장 위령제(해원상생굿)를 확대한 프로그램이다. 찾아가는 현장 위령제는 제주 심방들이 피 묻은 비극의 땅을 살림의 공간으로 치유하고 유족들의 한을 달래주는 소통과 공감의 예술 마당으로 독보적인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주최하고 제주민예총,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70주년기념사업위원회가 공동 주관을 맡았다. 그동안 매년 개별 마을의 학살지를 방문해 치르던 해원상생굿과 달리 4·3당시 본적지를 기준으로 조천면에서 제주읍까지 4·3중앙위원회에 신고된 12개 읍면 희생자 1만4119 신위를 한 곳에 모아 차례로 위령했다. 마지막날에는 행불인을 위한 영가질치기를 벌였다.

이 기간 동안 제주큰굿보존회 서순실·오용부 심방 등이 집전해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열명올림, 저승 열두문을 열어 영혼을 보내드리는 영가질치기가 잇따르며 유족들의 맺힌 가슴을 풀어줬다. 70년이 흘러도 씻겨내리기 어려운 크나큰 슬픔 탓에 굿이 이어지는 동안 심방도 울고, 유족들도 우는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70주년 큰굿에 이어 내년부터는 다시 찾아가는 해원상생굿이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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