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퇴직선배 만나려면 사전신고해야"

"공무원, 퇴직선배 만나려면 사전신고해야"
강화된 윤리규정에 관가 '긴장'..개정 '공무원 행동강령' 17일 시행
이해관계자에게 금액에 상관없이 협찬 요구 인사 개입 안돼
  • 입력 : 2018. 04.15(일) 17:03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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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윤리규정을 대폭 강화한 '공무원 행동강령' 시행을 목전에 앞두고 세종 관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정부 기관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부하 직원이나 민간에 갑질과 청탁을 못하게 하도록 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이 이달 17일 시행된다.

 이 강령은 공무원이 이해관계자에게 사적으로 노무를 요구하지 못하게 하고 고위 공무원 등이 자신의 가족을 산하기관에 취직시키거나 계약을 맺지 못하게 하는 등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각종 갑질을 방지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

 행동강령 시행일을 앞두고 관가에서도 신설된 유리규정 내용을 전파하면서 직원들에게 강령을 위반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때문에 위축된 공무원들은 일부 조항에서는 김영란법보다 더욱 규제가 강화된 공무원 행동강령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공무원은 앞으로 이해관계자에게 금액에 상관없이 협찬 요구를 하거나 채용 등 인사에 개입하거나 계약 선정 등에 관여해선 안 된다.

 공무원 자신과 배우자 등이 직무 관련자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부동산을 거래하는 경우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강화된 윤리규정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부정부패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싹을 끊는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규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규정 위반 시비에 얽히지 않을까 우려한다.

 강화된 윤리규정 중 특히 공무원들이 긴장하는 대목은 퇴직 공무원 접촉을 사실상 금지한 대목이다.

 공무원은 퇴임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소속 기관 퇴직자와 골프, 여행, 사행성 오락을 같이하는 행위 등 사적 접촉을 하는 경우 소속 기관의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를 두고 공무원들 사이에 퇴직한 선배와는 굳이 신고하고 만날 바에야 웬만하면 만남을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흐른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지금까지는 김영란법에 따라 식사 비용 3만원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는 큰 부담 없이 퇴직자를 만났다면, 앞으론 퇴직 후 2년이 되지 않았다면 사전 신고하는 등 좀 더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퇴직한 선배가 친한 후배들을 모아서 식사 자리를 잡으려 해도 누가 모일 수 있겠느냐"며 "당분간은 선배들이 먼저 연락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부처에 따라 업무 성격이 다 다른데 도덕적으로 봐야 할 부분을 규정으로 제한하는 것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며 "김영란법도 현재 일부에서는 제대로 안 지켜진다는 말도 나오는데 하물며 이런 퇴직 공무원과 사적 접촉이 제대로 신고될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를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사실 퇴직한 선배들이 기업체 고문 등으로 취직해서 부탁을 하려고 만나자고 하는 경우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요청을 뿌리치는 데 이런 규정이 오히려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관급 이상 개방형 고위 공직자는 임용되기 전 3년 이내에 민간 분야에서 활동한 내역을 기관장에게 제출해야 하는 대목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나온다.

 공무원이 퇴직 후 민간단체 등에서 활동하다 다시 차관급 이상 고위직으로 임용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 경우 관련 단체에서 활동한 것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부 기관의 한 공무원은 "아무래도 앞으로 외부에서 고위직을 뽑을 때는 윤리 기준이 더욱 깐깐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문외한을 뽑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수준까지 업무 관련성 있는 활동을 허용할지 기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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