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3문제 해결돼야 제주섬에 봄이 온다

[사설] 4·3문제 해결돼야 제주섬에 봄이 온다
  • 입력 : 2018. 04.05(목)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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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겨울이 지난 후 찾아오는 계절만을 뜻하지 않는다. 온갖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새로 맞는 따뜻한 세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4·3 추념식에서 도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제주의 봄'은 바로 이런 봄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만큼 아픔은 깊었다"며 제주도민들이 오랜 세월 겪은 4·3의 고통을 상기시켰다. 과연에 제주에 봄이 왔는지 새삼 묻게 된다. 4·3희생자와 유가족, 도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봄은 아직 멀었다. 때문에 시급히 풀어야 할 4·3의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우선 4·3사건에 대한 피해 배·보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국가폭력에 대한 잘못을 사과했다. 4·3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건임에도 배·보상이 없는 상태다. 폭력을 저지른 국가가 피해자인 희생자와 유족에게 배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국가 공권력이 정당하게 행사했다면 왜 침묵을 강요했겠는가. 문재인 정부는 과거사 피해 배·보상을 국정 100대 과제에 포함시켰다. 배·보상은 국가가 이행해야 할 의무이자 희생자들의 권리임을 밝힌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들에 대한 배·보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 4·3수형인의 명예회복도 빼놓을 수 없다. 4·3 당시 군사재판을 통해 기구한 삶을 살아야 했던 수형인들이 2530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불순분자', '폭도'라는 명목으로 총살됐다. 일부는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법재판으로 옥살이를 하면서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당했다. 운좋게 생존한 수형인들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빨갱이'라는 오명 때문에 피해 사실조차 숨긴 채 살아야 했다. 그 고통은 다시 연좌제로 대물림된 것이다. 현재 4·3수형인은 30여명이 살아있다.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죄인처럼 숨죽여 지낸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도민들이 제주4·3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선 이유다. 4·3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가 피해자 배·보상과 수형인의 명예회복이다. 현행 4·3특별법은 진상규명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4·3 해결에 한계를 드러냈다. 문제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4·3특별법은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70년이란 세월동안 고통의 나날을 보낸 희생자와 유족들의 염원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국회는 한평생 한맺힌 삶을 부지해 온 이들의 간절한 요구를 하루빨리 들어주길 호소한다. 그래야 제주에도 진정한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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