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4.3퍼포먼스... 이목 집중

광화문 4.3퍼포먼스... 이목 집중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 3일 광화문서 403 퍼포먼스 진행
403명 일반인 화석처럼 빛바랜 모습의 4.3 희생자 분장
  • 입력 : 2018. 04.03(화) 16:52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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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전 4.3당시 학살된 희생자들이 화석처럼 빛이 바랜 몸으로 서울 대한민국 심장부 광화문 광장에 출몰, 짓눌렀던 4.3의 기억을 분출했다.

3일 오후 4시3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제주4.3을 기리는 403퍼포먼스가 연출돼 서울 시민의 이목을 끌었다.

403 광화문 퍼포먼스는 예술인과 일반인 403명이 참여하고, 4월 3일 4시 3분에 퍼포먼스를 연출, 70주년을 맞는 제주4.3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4.370주년 범국민위원회 등이 준비한 이날 퍼포먼스는 오후 3시55분 광화문 일대에서 서서히 시작됐다.

403 퍼포먼스에는 일반인 300여명과 예술인 등 총 403명이 함께했다. 연합뉴스

4월 3일 4시 3분 광화문 일대.

분주한 도심 자동차와 행인들의 소음 속 70년 전의 희생자들이 화석처럼 빛이 바랜 모습으로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봇짐을 들고 있는 사람, 아이를 안고 있는 아낙, 젊은 청년의 모습을 한 사람 등 403인은 4시3분 땡그랑 땡그랑 울려퍼지는 종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았던 눈을 뜨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잃어버린 감각들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한다. 천천히 천천히 몸의 근육을 움직여 일어섰다.

이들은 서서히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피 토하듯 하나둘, 자신의 이름을 외치고, 상의를 찢어 벗었다. 그리고 헤어져 살해당했던 403명의 사람들이 다시 만나 서로의 손을 잡고 얼싸안고 부둥킨다. 화석화된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진다.

풍물소리와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한의 역사를 이겨내려 하고 이윽고 이들은 북광장으로 이동 분향소에 헌화하면서 퍼포먼스는 마무리됐다.

이날 40여분 동안 진행된 퍼포먼스는 내내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그동안 광화문 광장에서 여러 행사가 진행됐지만, 광화문 전역을 배경으로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퍼포먼스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광화문 일대의 관광객은 물론, 주변 직장인들, 행인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퍼포먼스와 하나가 됐다. 퍼포먼스를 접한 이들은 광화문 북광장에 마련된 4.3 정보관에 들러 4.3에 대해 소개돼 있는 자료들을 훑어보기도 했다.

경기도에서 사는 김모씨(36.여)는 "4.3의 영혼을 표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고, 4.3 정보관을 찾은 고등학생 윤모군은 "기사로 4.3을 접했는데 4.3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정보관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선후 범국민위 홍보기획위원장은 "제주라는 외딴섬에서 4.3이 탈출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 걸린 것 같다"며 "광화문이라는 대한민국 심장에서 그동안 짓눌려 있던 70년의 세월을 얘기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분출하는 장면을 형상화하고자 했다"고 퍼포먼스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퍼포먼스는 일반인 300여 명과 예술인 등 403명이 함께 했고, 영화감독 양윤호, 연극 연출가 류성 한예종 무용원 김용걸 교수, 프로듀서 김지호 등이 기획과 연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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