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의 현장시선] 우리 사회를 고발하는 미투, 그 변화에 거는 기대

[이은희의 현장시선] 우리 사회를 고발하는 미투, 그 변화에 거는 기대
  • 입력 : 2018. 03.30(금) 00:00
  • 김현석 기자 hallas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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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나도 피해자'라는 미투 운동이 봇물처럼 일어나고 있다. 미투 운동에는 연령, 직업, 학력, 지역, 정치적 이념의 구분도 없는 듯하다. 몇 십 년 전의 피해 경험이 드러나기도 하고, '장자연 사건 진상규명 촉구'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가 한 달 내 20여 만 명을 넘었을 만큼 죽음으로 고통을 감수했던 피해 규명까지도 뒤늦게 소환되고 있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시인 뮤리엘 루카이저는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한 진실을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라고 했는데 지금 우리사회에서 바로 그 현실을 보는 듯하다.

최근 여성신문에서는 한국 시민들에게 미투 운동의 의미에 대해 '2018분 이어말하기'를 전개했다. 한 대학생은 '미투 운동은 썩은 세상을 파괴하는 망치질입니다. 우리는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피해 보상을 원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궁극적인 목적은 성폭력을 은폐해 왔던 세계를 부수고 왜곡된 인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더 이상 누군가 상대방에게 성을 매개로 폭력을 저지르지 않는, 그러한 것들을 묵과하지 않는 세계를 건설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입니다." 라고 답했다.

그렇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추행과 성폭력의 실체가 여성들이 진실을 말함으로 세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나이, 학력, 지역, 종교, 직업의 경계가 없는 미투 운동은 성폭력에 내재해 있는 성 불평등의 '권력관계'가 특정 층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일상생활에 얼마나 뿌리 깊이 작동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선,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딸'이나 '여성'이 '조심해야 하는' 문제라거나 여성이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예방해야 하는 문제로 보는 시각을 근절해야 한다. 또한 성폭력이 마치 어떤 '변태적 성욕'을 가진 일부 남성의 일탈이 아니라 성별 권력관계와 차별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미투 운동의 역풍으로 일어나는 '펜스 룰'은 전혀 답이 안 된다. 펜스 룰이란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남성과 여성 간에 담을 쌓겠다는 것인데 이는 여성들이 주요 업무에서 배제되고, 채용이나 승진 및 탈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편견과 차별을 재생산해 결국 성폭력과 성추행의 책임과 비용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미투 운동 확산과 젠더 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및 기업의 경영인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파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 및 권리회복과 2차 피해를 방지하며, 폭력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 등, 젠더폭력 없는 조직 문화 형성을 위한 적극적 대응과 파급력 있는 시민 사회 홍보가 필요하다. 또한, 공직사회 성희롱·성폭력 신고 센터를 가동하되 제주 지역사회 특유의 괸당 문화 등으로 인해 자칫 신고와 처벌을 기피할 수 있으므로 전문 기관을 통한 신고 센터 운영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일상에서 양성평등한 문화를 확립해 나가기 위한 제도와 실행, 그리고 인식 개선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몇 차례의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서 양성평등책임관 임명, 성평등교육센터 설치 등, 양성평등 정책과 교육체계를 공고히 해 나갈 것을 표명했다. 이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정책들이며, 추진체계가 신속히 갖춰져서 양성평등 정책과 교육이 더욱 파급력 있게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은희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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