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럴려고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시행했나

[사설] 이럴려고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시행했나
  • 입력 : 2018. 03.27(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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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다음달부터 대폭 개선된다. 클린하우스 요일별 배출품목이 늘어나고 배출량이 많은 품목은 격일제 배출이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보다 편리하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재활용품의 분리 수거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재활용품을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7월부터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요일별로 재활용품의 배출품목과 배출시간을 제한하면서 말들이 많았다. 그래도 이 제도로 폐기물의 매립량이 감소하고 재활용률이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1일 매립량의 경우 지난해 244.7t으로 2016년(303.4t)에 비해 19.3% 줄었다. 재활용률도 2016년 53.4%에서 지난해는 56.7%로 소폭 늘어나는 등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리배출한 재활용품을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재활용품 처리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가 재활용품 처리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으면서 빚어진 것이다. 제주시는 2015년 38억원을 들여 봉개동 북부광역소각장에 폐비닐과 얇은 종이를 분쇄·압축해 고형폐기물연료(SRF)를 생산하는 시설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1일 평균 80t의 고형연료가 생산되고 있으나 판로를 찾지 못해 이달 현재 4만t이 창고와 야적장에 쌓여 있다.

가정 등에서 배출되는 과자·라면 봉지 등 폐필름류 처리도 마찬가지다. 도내 2개 처리업체중 1곳은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재생연료를 생산하는 다른 업체는 판로난 때문에 서귀포지역 폐필름류의 반입을 아예 중단시켰다. 그동안 수거량이 부족해 다른지방에서 반입했던 폐필름류는 이제 수거량이 넘치면서 정상처리를 못하고 있다. 폐목재는 소각시설 부족으로 1일 평균 100t이 육지부로 반출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만도 50억~60억원에 달한다.

제주도가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에 다시 매스를 댄 것은 다른게 아니다. 도민불편 해소를 위해서다. 한데 재활용품 처리실태를 보면 도민들이 겪는 불편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요란을 떨면서 분리 수거한 재활용품을 처리하지 못해 눈덩이처럼 늘고 있어서다. 폐기물을 분리수거했더니 재활용품이 묵히고 있는 것이다. 이럴려고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했나. 제주도와 행정시의 관련 부서는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한심스럽다. 쓰레기 정책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도민불편 해소도 좋지만 분리 수거한 재활용품의 재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청정제주가 '쓰레기 섬'으로 변하고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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