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파도 산지폐기, 땜질로만 때우는 농정

[사설] 양파도 산지폐기, 땜질로만 때우는 농정
  • 입력 : 2018. 03.23(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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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농사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농가의 시름은 끝이 없어서다. 농사가 잘 돼도 걱정이요, 안돼도 걱정이다. 풍년을 맞으면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사가 잘 되니까 오히려 문제가 되니 어처구니가 없다.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을 갈아엎어야 하는 '산지폐기'가 기다린다. 올해 양파가 그런 처지에 놓였다. 평년보다 과잉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주산 양파가 다음달부터 산지폐기에 들어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양파 생산량은 평년보다 15만5000t(13%) 늘어난 139만80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조생 햇양파는 평년 대비 4만9000t 증가한 19만5000t, 중·만생종은 10만6000t 늘어난 120만3000t이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해 제주의 조생 햇양파는 평년보다 무려 32.9% 증가한 19만4000t, 중·만생종은 4.6% 늘어난 115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4월 초에 조생 햇양파가 본격 출하되고, 5월 상·중순부터는 중생종까지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여 가격하락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부 조생종 양파에 대한 시장격리와 소비촉진 방식으로 적정 가격을 유도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8년산 양파 수급 및 가격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4월 초부터 양파 주산지에서 조생 햇양파에 대한 산지폐기가 추진된다. 정부는 과잉생산이 예상되는 조생 햇양파 4만9000t 중 1만9000t 가량을 제주와 전남지역에서 산지폐기하기로 했다. 중·만생종 양파도 수매 비축 등을 통해 평년 수요량(116만t)보다 초과 공급될 수 있는 모든 물량(4만3000t)을 격리할 방침이다.

이게 우리 농정의 현주소다. 새로운 대책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비단 양파만이 문제가 아니다. 불과 몇달 전에는 월동무가 양파와 같은 신세였다. 가격하락과 처리난이 예상되면서 시장격리사업을 전개했다. 애써 키운 월동무를 그냥 산지에서 폐기한 것이다. 그렇다고 농가에 대한 지원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농가의 자부담분을 제외하면 3.3㎡당 2500원에 불과하다. 농정이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될 뿐이다. 우리의 농업이 이런 식의 땜질 처방으로는 희망이 없다. 농민들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 근본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언제까지 '풍년의 역설'을 우려해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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