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제주의 비극, 손글씨로 붙잡다

무자년 제주의 비극, 손글씨로 붙잡다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기획전 캘리그라피와 4·3시의 만남
21편 7인의 개성있는 서체 통해 읽는 시 넘어 보는 시로
  • 입력 : 2018. 03.21(수) 17:47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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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경 작가가 캘리그라피로 표현한 홍경희 시인의 '산전, 꽃진자리'.

'무자년 그 무자비한 4월은 비명소리 뿐이었다.'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단 몇 줄의 글자가 끔찍했던 그 날의 광경을 선명하게 전한다. 시는 그런 힘을 지녔다.

글자와 글자 사이, 행과 행 사이 침묵으로 생의 비의를 드러내는 시를 통해 '제주4·3이 있었다'를 알려온 제주 시인들의 작품이 손글씨 작업으로 옮겨졌다.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센터(소장 김명옥)가 기획한 4·370주년 기념 여성 캘리그라퍼 7인 초대 '새겨진 기억'전이다.

이 전시는 우리 눈에 익숙한 한글·한문 서체를 넘어 작가 개인의 손맛이 살아있는, 개성있는 글씨체와 4·3 시가 만나는 자리다. 소리내어 읽는 시가 아니라 보는 시가 나온다.

양춘희 작가가 캘리그라피로 담아낸 양영길 시인의 '4월에 피는 꽃은'.

4·3 시를 캘리그라피로 빚어낸 작가는 양춘희 김혜정 김미형 소현경 김효은 김인순 임성화씨다. 서예가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1월부터 4·3 시인과의 좌담회, 전문가에게 듣는 4·3 이야기 등 창작에 필요한 공부를 이어온 이들은 이번에 21편의 시를 전시장으로 불러온다. 양영길의 '4월에 피는 꽃은', 문충성의 '4·3의 노래', 오승국의 '진혼', 강덕환의 '이제랑 오십서', 김경훈의 '동백단심', 홍경희의 '산전, 꽃진자리', 김수열의 '정뜨르비행장', 허영선의 '무명천 할머니', 현택훈의 '곤을동', 오승철의 '다랑쉬 오름', 김석교의 '협죽도' 등이 세상에 하나뿐인 글자로 다시 태어난다.

전시는 이달 23일부터 4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에는 전시와 연계해 캘리그라퍼와 함께하는 서각 체험(31일 오전 10시), 4·3 시인과 함께하는 시 창작교실(4월 14일 오전 10시)이 마련된다. 문의 064)710-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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