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청-수사팀, 살인사건 용의자 긴급체포 논란

지방청-수사팀, 살인사건 용의자 긴급체포 논란
지난달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관련
동부서, 용의자 특정… 지방청에 정황보고
지방청 "당시 정황으로는 신병확보 불가능"
  • 입력 : 2018. 03.20(화) 17:02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 당시 경찰이 용의자를 놓친 배경에는 제주지방경찰청과 동부경찰서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용의자가 도주하기 직전 신병 확보에 나서려 했던 수사팀을 제주경찰청이 "증거가 없다"며 만류해 체포 작전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0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달 10일 오전 10시45분쯤 제주 관광에 나섰다 연락이 두절된 A(26·여)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지 약 9시간 만인 이날 오후 7시14분쯤 게스트하우스 관리인 한모(32)씨가 준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13분 뒤인 오후 7시27분쯤에는 한씨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과 달리 다른 사람의 차량을 이용해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하는 모습을 CC(폐쇄회로)TV로 파악했다.

 특히 경찰이 확보한 이 CCTV 영상은 한씨가 A씨를 살해한 이후로 추정되는 지난 8일 오전 6시2분쯤 찍힌 것으로, 한씨가 경찰과의 면담에서 진술한 내용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한씨는 A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당일인 지난달 10일 오후 2시쯤 경찰과의 면담에서 "지난 8일 오전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때부터 동부서는 한씨를 긴급 체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제주지방경찰청에 이러한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제주경찰청은 "무슨 근거로 체포를 하느냐. 정확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접근하지 말라"라는 취지로 의견을 제시하면서 체포를 만류 했다.

 이에 대해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단지 몇 개의 증거와 정황 만으로 체포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하다"며 "특히 당시에는 살인사건이 아니라 실종사건으로 사건을 취급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이 신병확보를 미루는 동안 용의자 한씨는 10일 오후 8시35분쯤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를 빠져나갔고, 닷새 동안이나 도주 행각을 벌였다. 이후 같은달 14일 오후 3시1분쯤 충남 천안의 한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로 인해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은 피의자가 사망하면서 범행 동기 조차 알지 못한 상태로 '공소권 없음'으로 허망하게 종결됐다.

 강력사건 전담 형사통으로 불리는 제주경찰청의 한 간부는 "이번 사건은 제주경찰청의 과도한 개입과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수사 자체가 꼬인 사례"라며 "유력한 용의자가 있다면 임의동행이라도 실시해 의혹을 푸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너무 몸을 사렸다"고 꼬집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98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