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우리네 순이 삼촌을 추모하며

[열린마당] 우리네 순이 삼촌을 추모하며
  • 입력 : 2018. 03.19(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오랫동안 금기시했던 '4·3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은 제주4·3사건의 학살현장에서 우연히 살아남은 목격자인 순이 삼촌을 그 참상에 대한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리다 결국 자살하고 마는 비운의 인물로 그림으로써 역사적 사실을 적나라하게 또는 담담하게 그려낸다.

참담한 역사의 현장을 소설을 통해 마주할 때면 그들이 겪었을 두려움, 공포, 잔인함은 어느새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나는 듯하다.

4·3 피해자는 3만 여명으로 추정되지만 관련자료 훼손으로 인해 정확한 인명피해 숫자는 확인되고 있지 않으며, 두 집 건너 한 집이 죽었을 정도로 제주도민이 겪은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4·3의 아픈 현장은 표선면 가시리, 한림읍 금악리, 남원읍 의귀리, 안덕면 동광리, 조천읍 북촌마을 등 5개의 4·3길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각 마을마다 배치된 문화해설사와 4·3길을 걷다보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그날의 아픔을 왜 우리가 오롯이 기억하고 간직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어쩌면 제주도민인 우리조차 외면하고 묵과했던 4·3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은 시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간 피해자에 대한 가슴 깊은 추모와 그로 인해 고통받은 유족들에 대한 진심이 담긴 위로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거주지 읍면동을 찾아가면 4·3 70주년을 맞이하여 4·3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동백꽃 배지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또 올해 4·3추념식은 예년과 다르게 10시부터 1분간 제주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리게 된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조금이나마 그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70년을 관통하는 그날의 고통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네 순이 삼촌을 추모하며 4월의 붉은 동백꽃으로 다시 피어나길 기도한다.

<정미나 서귀포시 표선면사무소>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05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