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중교통에 대한 쓴소리 새겨들어야

[사설] 대중교통에 대한 쓴소리 새겨들어야
  • 입력 : 2018. 03.16(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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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형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한지 7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도민들은 적잖은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그만큼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체계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대중교통체계가 정착되려면 멀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에는 이용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버스정류장을 설치해 대중교통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14일 한라병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의 버스정류장은 다른 지역과는 매우 다른 형태로 설치돼 대중교통에서 반드시 담보해야 할 안전성과 정시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시민의 안전과 편의성에 입각해 대중교통체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에 따르면 버스는 인도 경계석으로부터 50㎝ 이내에 정차해 승객이 도로에 내려가지 않고 인도에서 바로 승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주에서 버스가 인도로부터 50㎝ 이내에 정차하는 것은 거의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는 '근접정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교통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현직 50대 버스기사는 "제주도 버스정류장에 점수를 매긴다면 0점을 주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기사들은 버스정류장의 구조적 문제로 근접정차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버스정류장이 개방형이 아니라서 시야 확보가 어렵고 주변에 가드레일 등 장애물로 인해 근접정차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로 인해 교통약자의 안전사고 우려는 물론 탑승 시간도 늘어나 대중교통의 정시성과 안전성, 신속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형 대중교통체계는 30년만에 대수술이 이뤄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불편과 혼란은 충분히 예상됐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익숙했던 대중교통이 한순간에 완전히 바뀌었으니 적응하기가 그리 쉽겠는가. 문제는 여전히 준비부족을 짚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가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위해 3년간 준비했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준비했는지 모른다.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서비스를 내세운 것은 좋지만 정작 중요한 안전문제는 도외시 했다는 점이다. 얼마나 허술하게 추진했으면 대중교통의 가장 기본적인 버스정류장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겠는가. 시민단체와 현직 버스기사의 쓴소리를 제주도는 깊게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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