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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어른이 된다는 것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입력 : 2018. 03.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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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고통에 대해 기성세대가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응원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항변도 만만치 않았다. 개인적 사안으로 치부했던 취업과 결혼 등의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면서 원인제공자인 기성세대가 청년고통을 당연시하여 미화했다는 것이었다. 어느 집이든 귀하게 대접받고 자란 그들에게 성실을 미덕으로 인내하며 살아온 기성세대의 삶이란 아마도 굳게 닫힌 성문처럼 암담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에게도 청춘의 아픔은 있었다. 한 남자를 따라 화산섬에 안착했던 삼십 여 년 전, 이십대의 철부지가 만난 세상은 칼바람처럼 매섭고 사나왔다. 그러나 나는 성인이 되면 누구나 다 그리 살아가는 줄 알았다. 잘사는 집도 못사는 집도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이기에 참고 견디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노부의 말씀을 되뇌이며 오히려 나는 힘겨운 청춘의 근원지였던 두 아이로부터 위안을 얻었고 청춘의 아픔을 상쇄시켰으며 번민으로 갈등하는 나를 지탱하는 힘을 얻었다.

그런데 살다보니 청춘만 아픈 것은 아니었다. 나이가 들고보니 그로 인한 아픔이 더 깊었다. 백세 가까이 수명이 늘어난 사회적 여건은 즐거운 일이기보다 고민해야할 아픔의 배경이다. 장성한 자식까지 돌봐야하는 현 세태의 변화 역시도 기성세대에게 새로운 속앓이로 등장했다. 그럼에도 나는 흰머리에 주름이 늘어가는 나이듦을 기분 좋게 받았다. 어른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즐겨보자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늙음의 현상으로 공허해하기 보다는 노년의 유연함과 넉넉함으로 일상을 채워가는 아름다운 여정을 동경하였던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수년전 나는 중소기업의 대표직을 맡았고 그 시작은 힘찼다. 쉼없는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얼마전 나는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고 기초에너지까지 고갈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한계를 확인치 않고 일에만 몰입한 미련함, 책임감을 앞세워 충전없이 자신을 소진시켜왔던 우매함에 기인한 것이다. 어른답게 제대로 성숙해가리라 마음먹었는데 면목없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소소한 경험들이 쌓이며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공허하고 씁쓸한 일이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멋지고 가치있는 일이다.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자기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내공을 키워가는 것, 자신을 단호히 어른의 기준점에 세우고 이에 스스로 복종하는 자기억압을 견뎌내야 하는 것, 거침없이 자유로운 청춘의 자기애를 벗어나 타인을 우선하는 일상으로 전환하는 것, 어른의 삶엔 찰진 인생의 가치가 숨어 있다. 그러나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 철없는 어른으로 살아가지 않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인고의 아픔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새봄과 함께 나는 어른이 되기 위한 움틔우기에 도전한다. 순간의 항해를 위해 과다하게 적재했던 물품을 내리고 선체의 중심이 되는 평형수를 채운다. 이타적 삶은 아닐지라도 자연의 순리와 세상의 이치로 현상을 직시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자성의 기회도 갖을 것이다. 설령 그 와중에 청춘보다 가혹한 통증에 직면한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견뎌볼 것이다. 아픔을 느낀다는 것 그것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반증하는 인간의 가장 큰 축복일테니 말이다.

<허경자 ㈜대경엔지니어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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