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영리병원도 결정 못내리는 원 도정

[사설] 결국 영리병원도 결정 못내리는 원 도정
  • 입력 : 2018. 03.12(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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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들어서는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첫 투자 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이다. 그동안 영리병원을 둘러싸고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이미 녹지국제병원이 준공된지 꽤 됐으나 제주도의 허가 여부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급기야 제주도가 신고리원전 사례와 같이 공론화 절차를 거쳐 녹지국제병원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녹지국제병원 개원은 또 다시 늦어지게 된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엊그제 도청 기자실에서 "정책개발청구심의회에서 녹지국제병원 관련 공론화 절차를 밟아 의견을 내기로 했다"며 "심의회의 심사숙고 끝에 내린 이같은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정부 차원의 신고리원전에 대한 공론조사는 있었지만 지역 차원에서 중요 현안에 대해 공론조사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도민사회의 건강한 공론 형성과 숙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모범사례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제주도는 영리병원의 공론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사 방식과 기간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제주도는 공론조사 방법과 관련 "가칭 공론조사추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첫번째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가지고 주민들이 논의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인허가 결정을 기약없이 계속 미루고 있다는데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총 778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47병상(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지난해 7월 준공했다. 각종 의료장비를 갖추고 의사와 간호사 등 130여명의 인력도 채용해 개원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영리병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의료 영리화로 인해 공공의료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서다. 이 때문에 일부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영리병원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알다시피 녹지국제병원은 정부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아서 추진한 것이다. 사업계획대로 시설을 갖춰놨으니 사실상 허가 절차만 남았다. 지난해 8월 제주도에 개원 허가신청서도 제출한 상태다. 그런데 지난달까지 무려 여섯차례나 인허가 결정이 연기됐다. 녹지국제병원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라리 사업단계에서부터 영리병원을 아예 막았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 밥상 차릴 준비를 다 마쳐놓았는데 이제와서 손님은 받지 말고 마냥 기다리라고 하면 납득이 되겠는가. 제주도가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됐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행정을 누가 믿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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