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녹지국제병원 공론화 조사 결정했나

왜 녹지국제병원 공론화 조사 결정했나
사회적 합의 통해 영리병원 개원 결정
시민단체계속 반발 결국 원점서 재논의
  • 입력 : 2018. 03.08(목) 16:27
  •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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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가 국내 최초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공론화 조사 결정을 수용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영리병원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제주도의 이번 결정으로 영리병원 정책에 대한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고 공론화 방법과 효력 등을 볼 때 지난 10여년동안 제기됐던 의료업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재청취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뤼디그룹이 총 778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내 2만8163㎡ 용지에 47병상(지상 3층·지하 1층)규모로 건설한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1호 외국인 투자병원이라는 점에서 공공의료 약화·의료영리화 논란을 빚어온 사회적 갈등 대상이었다.

 도내외 의료·시민사회단체에서는 영리병원 허용시 국내 비영리 의료법인들의 영리화를 부추겨 의료민영화의 발판을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개원을 반대해 왔다.

 이에 반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녹지국제병원'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검토된 사업으로 국내 첫 영리병원은 단순 관광보다 부가가치가 많은 질적 관광으로 고용창출과 경제적 효과가 엄청나고 정부에서 잘 관리하면 의도한 대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라며 개원허용을 요청해 왔다. 일각에서는 제주도 투자유치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국가의 대외신인도를 고려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처럼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용을 놓고 찬반의견이 대립되자 제주도는 올해 ' 숙의형정책개발청구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실상 영리병원 문제해결을 위임했으며 숙의형정책발위는 8일 앞으로 공론화 절차를 거쳐 최종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제주도는 효과적인 공론 설계로 사업승인 기관인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JDC, 녹지그룹, 시민단체, 보건의료단체, 도민사회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허가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최적의 방안이 도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영리병원은 김대중 정부 당시인 지난 2002년 '동북아 의료허브' 육성을 목표로 시작됐다. 제주도에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책으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출범한후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에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사전 사업계획 승인이 이뤄졌으나 2년이 지난 이제와서 뒤늦게 공론화 조사를 결정한 것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영리병원은 제주도에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병원인데도 외국자본이 운영하는 병원이 의료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일부 시민단체와 이익집단의 지속된 반발을 넘지 못해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이번 녹지국제병원 공론화 조사 결정은 찬반여론이 팽팽히 맞서 갈등이 지속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제주도는 판단하고 있으나 한편으로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해야 할 도정의 책임을 면피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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