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생선가시 얕봤다간 수술까지..큰코 다친다"

"명절 생선가시 얕봤다간 수술까지..큰코 다친다"
민간요법이 큰 수술 부르기도…"초기에 응급실 가야"
  • 입력 : 2018. 02.17(토) 08:29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설 연휴 기간에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인제대 상계백병원은 지난해 설 연휴 기간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 9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인두이물증'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평소보다 4∼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고 15일 밝혔다.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설 연휴 나흘 동안 총 10명이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채로 응급실을 찾았다. 이 병원에서 평상시 목에 걸린 생선 가시를 빼러 오는 환자는 2∼3일에 한명꼴이었다.

문제는 생선 가시를 방치하거나, 가정에서 민간요법으로 해결하려다 자칫 큰 수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조경래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혀뿌리나 편도 주위에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위치에 가시가 걸려 있었는데, 가시를 빼려고 음식물을 무리하게 삼키다가 가시가 더 뒤로 깊숙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면서 "한 환자는 가시가 점막에 깊이 박혀 있어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로 가시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리돔 등의 큰 생선 가시는 식도에 걸린 채로 방치하면 식도 천공이 종격동염이나 농흉, 후복막 농양 등의 합병증으로 악화하는 것은 물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국내에서는 식도에 걸린 생선 가시 때문에 사망한 사례도 보고돼 있다.

제주의대 연구팀이 2004년부터 2011년 사이에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제주대병원을 찾은 77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환자 10명 중 4명(40.3%)이 가시를 빼낸 이후에도 식도 천공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가 필요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시를 빼낸 후 평균 입원기간은 10.3일이었는데, 중환자실 등에서 최장 27일을 입원해 치료받은 환자도 있었다.

조경래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민간요법처럼 밥 한 숟가락 크게 먹는 게 가시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더 깊은 곳에 숨거나 점막에 상처가 날수도 있다"면서 "명절 음식을 먹다가 목에 가시에 걸렸다면 응급실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밖에도 설 명절 응급실에는 치통을 호소하는 치과 환자와 상해에 의한 안구통을 호소하는 안과 환자도 평소보다 각각 1.8배, 2.4배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경수 상계백병원 진료부원장은 "기본적으로 외래 진료가 없는 명절에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2배 정도로 늘어나면서 혼잡해진다"면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겠지만 환자의 중증도에 맞춰 진료하는 응급실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1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