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공소권 없음' 허망한 종결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공소권 없음' 허망한 종결
유력 용의자 천안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
도주 시간 벌어준 경찰 거센 비난 못피할 듯
  • 입력 : 2018. 02.14(수) 18:33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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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숨진 A(23·여)씨가 발견된 게스트하우스 인근 폐가.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의 용의자 한정민(만 32세)이 천안시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력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번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돼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은 미궁에 빠졌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4일 오후 3시1시쯤 천안시 동남구의 한 모텔 욕실에서 한정민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 있는 주민등록증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으며, 시신에서 채취한 지문과 DNA를 감정 의뢰할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한정민은 지난 12일 오후 4시35분쯤부터 해당 모텔에 투숙해 다음날 오후 4시쯤 최종 목격됐다. 이후 퇴실시간이 지나도 한정민이 나오지 않자 모텔 업주가 14일 오후 3시쯤 열쇠수리공을 불러 문을 열고 확인한 결과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한정민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한정민이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압박감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용의자 한정민 수배 전단.

앞서 한정민은 지난 11일 오후 12시20분쯤 제주시 구좌읍의 한 게스트하우스 인근 폐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A(23·여)씨를 목 졸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다. A씨는 지난 7일 제주에 관광차 방문한 뒤 한정민이 관리인으로 있는 이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지만 8일부터 연락이 끊겨 A씨의 가족이 10일 오전 10시45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숨진 A씨가 빌린 렌터카.

경찰은 한정민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파티가 이뤄지던 8일 새벽에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정민은 범행 직후인 8일 오전 6시2분쯤 A씨의 차량을 타고 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으며, 8일 아침에는 게스트하우스 투숙객에게 "어제 숙박한 여성이 침대에 구토를 하고 도망갔다"고 말로 자신의 알리바이를 내세우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어 한정민은 10일 오후 2시10분쯤 A씨를 찾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한 경찰과의 면담에서 "투숙객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진술해 경찰의 수사를 더디게 만들었다. 이후에도 한정민은 한 차례 더 경찰과 통화를 했지만 10일 오후 8시35분쯤 김포행 항공기에 탑승해 제주도를 빠져나갔다.

 특히 경찰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한정민이 지난해 7월 같은 장소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을 인지해놓고도 긴급체포나 임의동행 등의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용의자가 달아날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됐다. 또한 경찰은 한정민이 제주를 빠져나가기 직전 통화에서 "오후 10시에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오겠다"는 말만 믿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기다렸으며, 그 사이 한정민은 아무런 제약없이 비행기를 타고 유유히 제주도를 벗어났다.

 한편 사건이 벌어진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13일 오후 구좌읍사무소를 찾아 폐업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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