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의 월요논단] 한파 피해를 대비하는 농작물재해보험

[현해남의 월요논단] 한파 피해를 대비하는 농작물재해보험
  • 입력 : 2018. 02.12(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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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만의 폭설이었다. 2년 전에도 폭설 때문에 월동채소와 감귤이 큰 피해를 입었었다. 눈이 녹고 나면 월동 무, 브로콜리, 비트, 콜라비, 감귤, 하우스 시설 피해가 속속 드러날 것이다. 제주농가의 시름도 더 커져갈 것이다. 제주농업도 이상 기후를 대비한 정책의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 농업인도 농작물재해보험이 자동차보험처럼 반드시 가입해야 되는 필수 보험으로 생각해야 된다.

이상 기온 현상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지난 여름에는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지구 온난화가 단순히 지구 온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빙하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래서 날씨를 종잡을 수가 없다.

작년 6월 말에는 중국에서 11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7월에는 일본 규슈에서 하루 500㎜가 넘는 폭우가 내려 관측 사상 최고로 기록되었다. 미국에서도 허리케인 '하비' 때문에 1300㎜가 넘는 비가 내렸고 피해액만 180조원이 넘었다. 미국 남서부에서는 48℃ 넘었다. 체온보다 10℃ 높았으니 얼마나 더운지 실감이 날 것이다. 이라크는 이보다 더 높은 50℃를 기록했다.

북유럽에서는 최대 풍속 180㎞/h 폭풍이 불기도 했다.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는 6월 기온이 평년보다 15℃가 높은 고온이 보름 넘게 계속되었다. 인도,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홍수와 산사태 때문에 1200명이 넘게 사망했고 4100만명이나 피해를 입었다. 한 달 전에는 사하라 사막에 40㎝에 가까운 눈이 내렸다. 5년 전에는 심지어 추운 곳에서만 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펭귄이 한파로 500마리나 동사했다.

제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3~5월 강수량이 평년의 65%에 불과하여 스프링클러로 밭에 물을 주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7월에는 동부 지역에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농경지 침수 피해를 입었다. 8월에 들어서자 서쪽 지역에 제한 급수할 정도로 가뭄이 지속되더니, 가뭄이 끝나자마자 10월에는 다시 동쪽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파종한 월동무, 감귤원이 피해를 입었다. 작년 가을만 해도 월동무의 공급과잉을 걱정했는데 지금은 한파 때문에 건질 것이 없다. 눈을 헤집고 수확을 해도 물러지고 바람이 들어 상자에 담을 것이 없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이런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001년에 만든 법이다. 그러나 이 보험은 제주농업을 위한 것도 아니었고 보험을 드는 농업인도 극히 적었다. 보험 산정 기준이 잘 못 되었기 때문이다. 사과나 배는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낙과가 되어 피해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감귤은 태풍이 불어도 낙과되지 않으니 보험에 들어 돈을 내고 피해를 입어도 실제 보험료를 받을 확률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제주의 월동무는 전국 공급물량의 90% 이상을 책임진다. 그러나 월동무와 당근은 보험을 들고 싶어도 못 든다. 53개 농작물재해보험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고 추가되는 4개 품목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해에는 월동무와 당근이 농작물재해보험에 포함되고 매년 반복되는 이상기후의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기부담률도 지금보다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주농업인 누구나 큰 부담 없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야 올해와 같은 한파가 와도 대비할 수 있다. 그래야 하늘만 보며 타들어 가는 제주농업인의 가슴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것이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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