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눈과 풍년
  • 입력 : 2018. 02.12(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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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눈 날씨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도로가 마비되어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농촌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채소류가 언 피해를 받았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눈의 결정체 사이에 공기가 들어차 있어 마치 이불처럼 땅을 덮어주기 때문에 보리, 밀 등 겨울작물들의 언 피해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또한 눈에는 공중에서 흡수한 질소화합물이 많이 들어있다. 같은 부피의 물보다 5배쯤 되는 질소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땅에 녹아 들어가 비료 역할을 해 준다. 돈 안 들이고 질소비료를 주는 셈이다.

노지감귤은 올해 풍작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열매가 안 달렸거나 적게 달린 나무들은 올해 많이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눈으로 토양수분이 충분하여 날씨만 풀린다면 생육상태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와 반대로 열매가 많이 달렸던 나무, 특히 수확시기가 늦었던 나무들은 낮은 온도로 회복이 늦을 수도 있다. 따라서 올해 열매가 많이 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나무는 전정을 일찍 시작하여 수확량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봄 감자는 2월 하순부터 파종이 시작된다. 토양수분이 적당할 때 밭을 경운해서 씨감자를 파종해야 하는데 시기에 쫓겨 토양수분이 너무 많을 때 무리하게 경운해서 파종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럴 경우 생육도 나쁘지만 더뎅이병 발생 원인이 된다. 보리는 추위로 잎 끝이 마르는 현상이 생기겠지만 잘 자랄 것으로 보인다. 겨울 채소는 추위와 눈으로 많은 피해를 받았지만 제주 이외 지역도 한파로 어려운 상황이라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마지막까지 관리를 잘해서 좋은 가격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풍년이 되면 돈을 많이 벌던 농사가 이제는 적정 생산해야 적정 가격을 받는 시대로 변하였다. 풍년은 농작물 가격 하락을 부른다. 따라서 이상기상 다음을 전망하여 이에 맞게 농사를 짓는 지혜가 필요하다. <홍순영 제주도농업기술원 농산물원종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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