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0년만에 열린 4·3 수형인 재심 청구

[사설] 70년만에 열린 4·3 수형인 재심 청구
  • 입력 : 2018. 02.07(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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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 당시 군법회의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4·3 수형생존자들에 대한 재심 청구 사건 첫 심리가 시작됐다. 수형인들로선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지 70년만이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5일 4·3수형인들이 제기한 '4·3재심청구'와 관련 재심 개시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심리를 진행했다.

이번 재판은 4·3 수형생존자 18명이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에 불복해 지난 해 재심 청구에 나서면서 재심 개시를 판단하기 위해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재심을 청구한 이들은 1948년 12월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등을 통해 내란죄 등으로 최소 1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옥살이를 했다. 재판정엔 구순이 된 청구인들을 비롯 유족과 4·3단체 회원 등이 참석 재판에 쏠린 관심을 반영했다.

당시 군법회의는 여러 면에서 불법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이다. 정부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군법회의 관련 재판의 성립을 입증할 증인진술서나 공판조서, 재판조서(판결문)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군법회의가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형식적 재판으로 일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형자들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가 펴낸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도 군법회의는 법률이 정한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재판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전국 교도소를 전전하며 고초를 겪고 희생을 당했다. 이날 재판부도 정상적이라면 있어야 할 재판 기록이 거의 부재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자료는 수형인명부 밖에 없는데다, 당시 공소사실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수형인에 대한 적절한 구제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재판부로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들에 대한 공소사실 등이 특정되지 않으면서 재판부로선 재심 청구의 적법성과 재심 사유 해당 여부 등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3은 국가 공권력의 잘못으로 막대한 피해를 낸 사건이다. 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공식 사과까지 했다. 재판부로서도 이런 점들을 감안 재심 판단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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