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준생 가슴에 대못 박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사설] 취준생 가슴에 대못 박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 입력 : 2018. 01.31(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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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백태가 드러났다. 정부는 29일 지난 해 11월부터 824개 지방공공기관의 최근 5년간 채용업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489개 기관에서 모두 1488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도내 공공기관도 예외가 없었다. 제주개발공사를 비롯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4·3평화재단 등 대표적인 공공기관이 채용비리로 얼룩졌다. 공공기관은 채용에 있어서 무엇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런데 공정성은 커녕 오히려 온갖 편법과 부정이 동원됐다.

제주테크노파크는 특정인의 합격을 위해 1차 면접 통과자가 있음에도 재공고 후 다시 채용절차를 이행했다. 재공고 후 1차 서류심사에서 10위였던 응시자가 1위로 평가돼 최종 합격을 했다. 제주개발공사도 마찬가지다. 공개채용에서 불합격한 2명을 별도 채용계획 수립후 임시 계약직으로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다른 취업준비생들의 기회를 빼앗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탈락한 취준생들의 상실감은 이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제주4·3평화재단은 외국어능통자를 채용하며 학원 수강확인서만 제출한 응시자를 1차 서류심사 합격과 함께 2차 면접기회를 부여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은 경찰에 수사의뢰 됐다. 이뿐이 아니다. 이번 공공기관 점검에서는 제주대병원도 적발됐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제주도내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반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정인의 합격을 위해 특권이 동원되고 부정과 반칙이 저질러지는 사회에선 이른 바 돈이나 빽, 인맥이 없는 소위 '흙수저'들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 앞에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수가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청년세대는 취업절벽 앞에 한숨만 높아간다. 지난 해 제주도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5.8%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2015년 4.9%에서 매년 증가하면서 6%선에 근접했다. 청년층 취업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채용비리는 대다수 취준생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다. 취준생들을 울리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강력한 처벌과 함께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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