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치호 침몰, 최악 해양오염 우려된다는데

[사설] 상치호 침몰, 최악 해양오염 우려된다는데
  • 입력 : 2018. 01.30(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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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비롯 우리나라 남해안이 사상 최악의 해양환경 재앙에 맞닥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동중국해에서 침몰한 유조선 상치(Sanchi)호에서 유출한 기름이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 배는 독성이 강한 콘덴세이트유(응축유) 13만6000t을 싣고 한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지난 6일 제주도 남서쪽 300여㎞ 떨어진 지점서 홍콩 선적 화물선과 충돌 화염에 휩싸인 채 표류하다 결국 8일 만에 침몰했다. 탑승했던 이란 국적 선원 32명도 전원 사망했다. 상치호는 침몰 후 150m 밑 해저에 누운 상태로 콘덴세이트유와 연료유를 유출했다.

유출된 콘덴세이트유는 독성이 매우 강해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 침몰 해역은 다양한 어류의 산란지다. 기름 유출은 침몰해역과 주변 해양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영국 국립해양학센터(NOC)는 지난 27일 기름에 오염된 해양수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앞으로 40일이면 제주도 남쪽에 도달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내놨다. 3월 중순쯤에는 제주 바다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100일이 지나면 남해 전역과 동해 일부까지도 확산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제주해역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런데 해양수산부는 "콘덴세이트유는 강한 휘발성 물질로 응축된 상태에서 외부로 유출될 경우 대부분 증발하므로 해양 오염 유발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해외 연구소는 다르다. 한국과 일본의 주요 어장과 민감한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잇단 경고음을 무시해선 안된다. 해양수산부가 사안을 안일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재난 재해 예방의 최선책은 선제적 대응에 철저를 기하는 일이다. 기름 유출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물론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해 놔야 한다. 오염에 대처하기 위한 관련 국가간 공조체계 구축도 시급한 일이다. 제주도 당국도 손을 놓고 있어선 안된다. 정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통해 만에 하나 최악의 해양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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