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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백록담] 돌연변이와 대한민국 스포츠, 그리고 평창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입력 : 2018. 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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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딱 35년 전 일이다. 1983년 6월 멕시코에서 개최된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자 전국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하면서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탓에 관심도가 이전에 비해 조금은 하락했지만 청소년축구 대회 때마다 '멕시코 4강' 쾌거는 매번 회자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게다.

세계 축구계에서 그야말로 변방에 있던 베트남이 한국에서도 화제몰이 하고 있다. 베트남 청소년축구대표팀은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8강→4강→결승에 오르면서 자국 국민을 열광케 했다. 베트남 청소년대표팀 수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박항서 코치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FIFA-AFC 주관 국제대회 첫 4강의 문턱을 넘은데다 결승까지 올랐으니 현지분위기는 마치 지난 2002년 우리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는 후문이다. 박 감독은 현지에서 영웅으로 등극했다.

베트남이 열광하던 때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한 청년이 모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정현(21)이 주인공이다. 정현은 세계 테니스 4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우리나라 선수 최초 8강→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우승후보를 잇따라 물리치며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세계인의 충격은 우리에겐 쾌거로 다가왔다. 정현이 비록 결승 길목에서 문턱을 넘는데는 실패했지만 테니스 규정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 테니스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켰다. 언론매체는 정현을 비롯해 호주오픈, 그리고 해외반응을 도배했다. 특히 준결승전 기권 후 16강부터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대한민국은 지난 주말 그야말로 정현 신드롬에 휩싸였다.

지난주는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는 스포츠만 한게 없다는 사실이 증명된 한주였다. 대한민국은 참 묘한 나라다. 경제가 힘들고 정치상황이 역겨울 때마다 종목별로 가끔 돌연변이들이 나타나 국민들을 열광케 하며 영웅으로 등극하곤 했다.

대한민국이 IMF로 힘들던 1998년 7월 US 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박세리가 그 유명한 '맨발 샷'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리는 열광하면서 잠시나마 고통을 잊고 용기를 갖지 않았나. 군웅이 할거하던 세계 여자 피겨계를 단숨에 평정한 김연아도 대표적이다. TV에서나 봐오던 피겨가 어느새 우리 안방으로 중계되면서 인기스포츠가 되기도 했다. 선진외국의 전유물로만 보여지던 피겨는 그야말로 한순간에 우리에게 그렇게 가까이 다가왔다. 박태환이 수영종목에서 세계적 선수 반열에 오르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낼 때도 우리는 열광하지 않았던가.

다음 달이면 우리 땅에서 지구촌 축제가 열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그것이다.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개막이 열흘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도통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금쯤이면 전 언론매체가 특집으로 올림픽을 조명하고 선수 한명한명 소개할법한데 말이다. 올림픽 개막을 목전에 뒀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오히려 따갑기만 하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가 코치진에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한때 한 선수는 빙상연맹의 무능력과 무책임 때문에 출전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는 등의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세번의 도전 끝에 거머쥔 대회다. 경제가 힘들고 정치는 답답하기만 하다. 특히 한반도 위기는 역대급이다. 평창올림픽이 답답한 가슴을 트이게 하는 단초가 되길 바랄 뿐이다.

<김성훈 편집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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