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가 이끈 수출, 지역경제 한계 드러냈다

[사설] 반도체가 이끈 수출, 지역경제 한계 드러냈다
  • 입력 : 2018. 01.25(목)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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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제주 수출전선에 명암이 뚜렷하다. 수출이 반도체에 편중된데다, 지역경제에 영향이 큰 농수산물 등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무역협회제주지부에 따르면 작년 제주지역 수출액은 총 1억5529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비 20.4%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만 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5번째다. 외형적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반도체만 보일 정도로 의존도가 너무 큰 것이 우려된다. 작년 수출 성장률은 메모리 반도체 경기 호황을 적극 활용해 기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 효과가 컸다. 그 결과 모노리식집적회로(비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은 6968만 달러에 이르렀다. 전년보다 96.2%나 증가하면서 수출 1위 품목에 올랐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9%에 달했다. 연 수출액이 5000만 달러를 넘어선 것도 모노리식집적회로가 처음이다. 수치상 제주지역 전체 수출을 반도체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수출 호조세가 제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한 점은 한계다. 게다가 반도체 제조방식 특성상 도외 생산으로 도내 낙수효과와 고용유발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이라고 해도 실질적인 도민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산물 수출이 2016년을 정점으로 대부분 품목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우려를 키운다. 수출 2위 품목인 넙치뿐만 아니라 소라, 감귤, 녹차 등이 줄었다. 일부 농수산물 품목은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국으로선 이러한 경고음을 허투루 넘겨선 안된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정 업종에 지나치게 편중된 지역경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외부요인에 민감하게 좌우될 수 있다. 지난 해 제주 관광이 겪은 어려움이 한 예다. 중국이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금한령을 내린 이후 제주 관광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시장 다변화를 소홀히 한 채 중국 관광객만 바라보는 행태가 가져온 결과다. 수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보다 긴 호흡으로 수출 품목을 다양화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등 새로운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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