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Ⅶ 건강캘린더] (40)여성 골반통증 주범 '자궁내막증'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Ⅶ 건강캘린더] (40)여성 골반통증 주범 '자궁내막증'
다양한 통증 호소… 수술적 치료 일정 수준 도달
  • 입력 : 2018. 01.24(수) 2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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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증'은 나라마다 보고된 유병률은 다르지만 대개 가임기 여성의 약 10~15%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자궁질환 환자를 수술하고 있는 산부인과 박철민 교수.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공

가임기 여성 약 10~15%서 발생
정확한 진단 후 수술 상담 바람직
개복은 한계 복강경 시행이 유리


생리기간 중 생리혈 대부분은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일부는 난관을 통해 역류, 복강 내로 들어가게 된다. 복강 내로 들어온 생리혈은 복강 내에서 대개 자연적으로 흡수되지만 일부 여성에서는 생리혈에 포함된 자궁 내막 조직이 난소나 직장 등을 포함한 복강 내의 여러 장소에서 자리를 잡고 증식돼 장기 유착과 같은 병변을 만들게 된다. 이것을 '자궁내막증'이라고 한다. 나라마다 보고된 유병률은 다르지만 대개 가임기 여성의 약 10~15%에서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만성 골반통 환자의 50% 이상에서, 그리고 불임 여성에서 30~40%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 박철민 교수의 도움으로 자궁내막증에 대해 알아본다.



박철민 교수.

자궁내막증을 가진 여성들은 생리통, 성교통, 배변통, 만성 골반통, 요통, 다리 저림, 어깨 통증, 두통 등 다양한 통증을 호소한다. 이 때 대부분의 여성들은 약국에서 진통제를 구입, 복용해 스스로 통증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진통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통증을 경험하게 되면 그때서야 여러 병원을 찾게 되고, 병원에서는 골반염, 장염, 방광염, 척추 디스크, 편두통 등 여러 종류의 진단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제대로 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7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한국도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난소에 생리혈이 고여 마치 낭종처럼 보이는 자궁내막종이나 자궁벽이 비대해지는 선근증이 있지 않은 한 초음파나 CT 같은 검사로도 자궁내막증은 쉽게 진단되지 않는다. 게다가 골반강 내 깊은 조직에서 발생한 자궁내막증(이하 심부 자궁내막증)의 진단은 더욱 더 난해하고 어렵다.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초음파에 이상소견이 없는 골반통 환자를 만나면 골반염 또는 단순 생리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고, 항생제나 진통제 혹은 호르몬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물론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적 치료는 일시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정도가 심한 자궁내막증인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술의 목적은 통증의 원인이 되는 모든 자궁내막증의 병변을 최대한 제거하고, 골반 유착으로 인한 해부학적 이상을 교정하는 것이다. 병변은 난소 뿐만 아니라 직장과 질 사이 유착 부위, 장의 유착 부위, 방광에서도 발견된다.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난소의 자궁내막종만 제거하고 남은 병변을 제거하지 않은 경우 재발을 막기 위한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병변이 진행돼 생리통, 배변통, 만성 골반통 등 다양한 자궁내막증 관련 증상이 다시 나타나게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재발이 아니고 생리를 다시 시작하면서 수술로 제거하지 못한 자궁내막증 병변이 자라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극심한 골반 유착을 유발하는 심부 자궁내막증은 정상적인 복강내 구조를 다 망가뜨리게 된다. 따라서 모든 병변을 제대로 제거하고 또 수술 중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 심부 자궁내막증의 제대로 된 수술은 암 수술보다도 더 힘든 수술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심부 자궁내막증 수술은 개복에 의한 수술로는 한계가 있어 모든 병변을 제대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통증을 호소하는 수많은 환자 중에서 심부자궁내막증 환자를 감별 진단하고 복강경으로 골반 깊숙이 위치한 병변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 그리고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요하게 된다.

그동안 산부인과 의사들은 자궁내막증이라는 질병 자체가 재발율이 70%에 이르는 난치성 질환이라는 말로 실망이 큰 환자들에게 설명해왔다. 하지만 점점 의사들 사이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난소의 자궁내막종 만을 제거하고 약물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복강경에 의한 온전한 병변의 제거 및 유착 박리라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많아 오랜 시간 수술적 치료의 발전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었다. 아울러 현재의 의료수가에는 이러한 심부 자궁내막증의 고난도 수술에 투자해야 하는 노력, 시간, 소요비용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도 산부인과 의사들이 적극적인 수술적 치료를 하기 힘든 원인일 수 있겠다.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소수 의사들의 노력으로 심부 자궁내막증 또는 재발된 자궁내막증의 복강경 수술은 난소뿐만 아니라 장 절제수술, 방광 및 요관 교정수술 등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심한 생리통으로 심부 자궁내막증이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에는 자궁내막증 복강경 전문의를 찾아 반드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및 질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수술을 상담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수술 후에는 재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약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고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기적인 검사를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제주대학교병원·한라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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