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주문화계를 연다] (5)오상운·전혁준 예술공간 오이 공동대표

[2018년 제주문화계를 연다] (5)오상운·전혁준 예술공간 오이 공동대표
“문화예술 아끼는 제주사람들의 안식처 꿈꿔”
  • 입력 : 2018. 01.17(수)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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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에 새롭게 둥지를 튼 예술공간 오이의 오상운(왼쪽)·전혁준 공동대표. 오이에 스튜디오를 두고 있는 박병성 작가가 촬영한 사진이다.

원도심을 떠나 연동에 새둥지
창작극 레퍼토리 소극장 자양분
주말마다 공연있는 공간으로
청년 예술인 창작마당 활용을

제주시 연동에 새로 꾸민 소극장으로 향하는 길, 춤추듯 벽면에 걸려있는 포스터에 그들의 지난 이력이 고스란했다. 2012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쉴새없이 펼쳐진 여정이었다. 그 기간 15편에 가까운 연극이 제주시 관덕로 지하 소극장을 덥혔다.

옛 제주대병원 북쪽 삼도2동사무소 맞은편에 자리했던 예술공간 오이. 서로 다른 오씨 성을 가진 사람이 운영해서 오이(吳異)였지만 1년이 52주여서 오이, 산소(O2) 같은 곳이어서 오이 등 이름만으로 재미난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온 공간이다.

극단 오이를 겸해 5년여 제주시 원도심에서 '젊은 무대'를 빚으며 관객과 만났던 그들이 연동(연북로)으로 이전해 지난 6일 개관식을 가졌다. 작년에 원도심 임대 건물주가 바뀌면서 예정보다 빨리 공간을 비워줘야 하는 탓에 마음 고생을 겪었지만 심기일전한 결과다. 70석 규모 소극장, 연습실, 카페와 스튜디오, 사무실 등을 갖춘 더 크고 넓은 지하 공간을 빌려 이사했다. 재정적 부담이 있었지만 제주도민들에게 사랑받는 예술공간으로 가꿔보겠다는 바람이 더 컸다.

"관덕로 오이 소극장 객석이 35석 정도였는데 100% 유료로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관객들이 하나둘 늘고 후원 회원이 증가하면서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을 보고 난뒤 연극을 하고 싶다는 분들도 있었구요. 이번에 새롭게 꾸민 공간에서 그 가능성을 키워가고 싶습니다."

오상운·전혁준 공동대표는 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은 제주대 연극동아리인 극예술연구회 선·후배 사이다. 오상운 대표는 그동안 연출을 주로 맡았고 후배인 전혁준 대표는 대본을 쓰고 연출을 담당해왔다.

오이를 떠받치고 있는 힘 중 하나는 창작극이다. '우연가동'으로 시작된 창작극은 세월호가 연상된다는 '소통'까지 이어지며 극단 오이, 예술공간 오이를 건강하게 길러왔다.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 등 전 대표가 써내려간 창작극은 공간을 지속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레퍼토리이면서 동시대 관객과 공감폭을 넓히는 자양분이다. 오는 3월 개관 기념으로 처음 선보일 '바보 히어로', 제주4·3 70주년에 즈음한 4·3 소재 공연 등 올해도 창작극 열전은 계속된다.

"주말마다 공연이 있는 공간으로 이끌고 싶어요. 연습실까지 만들었으니 시민 대상 연극교실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흔히 문화예술을 즐기는 제주도민들이 적다고 하는데, 그건 한편으로 문화예술에 흥미를 갖는 사람들을 끌어낼 기회가 더 많다는 말일 겁니다. 오이는 문화예술을 아끼는 도민들과 더불어 성장하는 공간이 되려 합니다."

오이는 현재 단원이면서 후원회원이 80여명에 달한다. 재정 후원만 하는 이들도 있지만 직장일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면서 배우와 스태프로 공연에 참여하는 이들이 있다. 미술, 음악,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30대 연령의 참여율이 그중 높다. 그래서 예술공간 오이는 청년들의 예술적 아이디어를 풀어낼 마당이면서 문화예술에 몸을 누이고 싶은 제주사람들의 안식처를 꿈꾼다. "무대예술의 산실 예술공간 오이,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 2018년 새 출발하는 예술공간 오이 입구에 내걸린 펼침막 문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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