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졸속 심의로 비정규직 대량 해고 초래 안돼

[사설] 졸속 심의로 비정규직 대량 해고 초래 안돼
  • 입력 : 2017. 12.27(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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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제주도와 노동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역행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 위기에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제주도의 허술한 일처리 탓이 크다.

제주도는 지난 8일 도 소속 기간제 근로자 1643명 중 54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나머지 1095명은 심의에서 탈락하면서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기간제 근로자를 무더기로 탈락시키면서도 제주도는 사전에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노동계 및 전문가들과 충분히 협의하는 등 참여형으로 추진토록 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정부의 방침과 달리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노동계 등 전문가들을 배제하며 반발을 샀다. 제주도는 항의를 받고 뒤늦게야 전체 9명 중 2명을 노동계 인사를 포함하는 등 불신을 자초했다.

게다가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의 경우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하며,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제주도는 심의위 운영과정에서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기준을 되레 강화했다고 한다. 특히 담당 공무원의 무관심이나 실수로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누락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1100명 가까운 비정규 노동자들이 해고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규직 전환심의 결과 전국 최악의 비정규직 해고로 돌아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는 환경미화원 외에도 주·정차 단속원, 공영버스 운전원, 쓰레기매립장 노동자를 망라하고 있다. 이들은 평소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신분 불안정과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아무리 비정규 노동자들이라 할지라도 행정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한다면 이는 또 다른 갑질에 다름 아니다. 우월한 지위를 내세워 무리하게 칼자루를 휘두르는 건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는 심의위 운영도 이해 당사자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 바란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대한 재심의를 포함 비정규직의 눈물을 어루만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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