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비엔날레 결산(하)-조직은 어땠나] '제주도립미술관 비엔날레' 다음엔 재고돼야

[2017 제주비엔날레 결산(하)-조직은 어땠나] '제주도립미술관 비엔날레' 다음엔 재고돼야
  • 입력 : 2017. 12.05(화)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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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준비 못하는 첫 비엔날레 개막 전부터 "상식 밖"
의욕적 출범에 비해 전시 내용·관객 반응 등 실적 초라
차기 비엔날레 아닌 국제전·트리엔날레 등 검토 필요


"준비 기간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행사를 치르겠다면 상식 밖의 일이다." 일찍이 이런 지적이 있었지만 꼭 이번 해에 개최해야 한다며 계획을 강행했다.

3개월 여의 긴 여정을 끝낸 제주비엔날레 이야기다. 제주도립미술관이 첫 제주비엔날레를 의욕적으로 출범시켰지만 끝내 우려의 목소리를 지우지 못했다. 국내에서 가장 늦게 생겨난 비엔날레인 만큼 앞서 다른 도시에서 진행해온 비엔날레의 장·단점을 들여다본 뒤 제주에서 제대로 구현되길 바랐지만 전시 내용, 관람객 반응 등 결과물이 초라하다.

▶견제할 조직 부재 속 주제 세 차례 변경=제주비엔날레는 지난해 8월 선임된 김준기 도립미술관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사업이다. 국내 다른 비엔날레보다 적은 예산이라지만 1년치 도립미술관 기획전 예산을 한참 웃도는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서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조직위원회 등 독립된 운영 주체가 비엔날레를 이끄는 대신 도립미술관이 주관을 맡았다. 도립미술관장이 총감독에 올랐다. 예술감독은 지리산프로젝트 등으로 인연을 맺은 기획자로 별도 절차 없이 도립미술관장이 직접 뽑았다. 애초 예술감독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제주도립미술관이 운영을 맡은 첫 제주비엔날레는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전시 내용, 관객 반응 등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강경민기자

지난해 9월 비엔날레 자문위원회를 꾸렸지만 '갈 길이 바쁜' 도립미술관은 그들의 '충고'엔 사실상 귀를 닫았다. 도립미술관이 짜놓은 계획대로 움직였고 자문위원회는 그 결과를 보고받는 일이 많았다.

도립미술관의 일방 통행을 견제할 장치의 부재 속에 제주비엔날레 주제는 세 차례 바뀌었다. '해양예술'에서 '더 소셜(Social)'로, 다시 '투어리즘'으로 옮겨갔다. 지난 4월에야 확정된 주제를 공개했고 참여 작가 명단은 7월 발표됐다.

▶다른 도시 비엔날레 큐레이터제·감독 공모=제주비엔날레가 기획전 준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빚어지는 과정에 도립미술관은 내홍을 겪었다. 지난 4월 도립미술관 중간관리자인 팀장급 3명을 포함 4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인사가 이루어졌다. "당사자는 물론 조직 내부의 고충 때문"이라는 제주도 관계자의 인사 배경 발언은 도립미술관이 비엔날레에 온 힘을 쏟으면서 드러난 부작용의 일단이다. 상반기 기획전 전시 도록 발간, 제주작가 육성을 위한 서울 공간 운영 등 미술관 자체 사업도 자꾸만 유보됐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는 내년 9월 열리는 2018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최근 11명의 큐레이터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상상된 경계들'이란 주제로 1∼3명의 큐레이터가 협력해 7개의 전시를 보여줄 예정이다.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2018부산비엔날레는 현재 전시감독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공모 절차를 도입한 건 고정된 시선이 아닌 새 담론을 제시해 줄 기획자를 발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도립미술관이 제주비엔날레를 주관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미술관 학예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주 대표 미술관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다음 행사가 꼭 비엔날레여야 하는지도 재고할 대목이다. 제주의 정체성을 담아 새로운 이름을 붙인 국제미술전이어도 좋고 준비 기간을 좀 더 늘려 3년마다 여는 트리엔날레로 치러도 된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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