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대치 미흡 비엔날레, 비판이유 유념해야

[사설]기대치 미흡 비엔날레, 비판이유 유념해야
  • 입력 : 2017. 12.05(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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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폐막한 2017제주비엔날레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다. 지난 9월 2일부터 3개월간 지속된 제주비엔날레는 예산 18억여 원이 투입된 대규모 행사다. 국내외 70여명(팀)이 참여해 '투어리즘' 주제로 제주도립미술관과 알뜨르비행장 등 5곳서 동시에 치러졌다. 전시 주제는 동시대의 미술로 제주관광을 진단하고 성찰하는 취지지만 정작 행사는 현실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제를 부각시킬만한 '새로운 길'을 보여주지 못한 채 '오래된 길'에 치우쳤다는 것이다. 신작보다는 구작 비율이 많은데다, 이를 상쇄시킬만한 기획력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제주비엔날레의 성공 개최에 대한 우려는 진작에 예견됐다. 발표부터 개최까지 급박하게 이뤄진데다 미술인들과의 소통부재 등으로 참여 분위기나 관심을 끌어내는데 한계를 보였다. 폐막식에서도 관계자들 이외에는 썰렁했다. 행사기간에는 논란도 잇따라 불거졌다. 무엇보다 알뜨르비행장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명 알뜨르비행장은 일제가 중국 대륙 침략을 위한 도항기지로 1930년대 초반부터 토지를 수용하고 건설하기 시작한 어두운 역사현장이다. 그 자체가 거대한 전쟁박물관으로서 아픔과 울림을 준다. 인위적 훼손이나 왜곡이 거의 없이 원풍경을 그대로 간직하는 데서 알뜨르의 장소성과 역사성이 주목되고, 중요성이 있는 것이다. 비엔날레가 알뜨르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살리고, 본질을 잘 드러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도립미술관측은 내년 알뜨르비행장에 중국작가의 미술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8억여원에 이르는 예산을 책정했다고 한다. 알뜨르비행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 서둘러 추진하는 내막을 잘 이해할 수 없다. 수많은 도민이 강제노역에 시달린 알뜨르는 어느 일방의 즉흥적 결정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중지를 모아 보다 긴 호흡으로 내다보고 설계해야 한다. 도립미술관측은 비엔날레를 빌미로 과잉의욕을 부려선 안된다. 오버투어리즘을 경계해야 하듯이 과잉의욕도 제주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보다는 기존 다양한 성격의 비엔날레와 어떻게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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