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여주기식 방문보다 제도개선이 중요하다

[사설]보여주기식 방문보다 제도개선이 중요하다
  • 입력 : 2017. 11.28(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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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에서 현장실습에 나선 고교생이 사고로 숨진 사건과 관련 전수 조사 등 정부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진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합동 진상조사반을 꾸려 현장방문 및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사고현황 파악과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여야 유력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정치권 차원에서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반짝하는 관심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마치 경쟁이나 하듯이 정치권의 방문이 이어지지만 보여주기식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따가운 여론에 떠밀린 측면이 강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 개선 등 실질적인 대책마련으로 이어지도록 중지를 모아 나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의 관심이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채 피지도 못한 청춘이 잇따라 쓰러진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개선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교육 당국 역시 소홀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안타까운 죽음이 예고된 인재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장실습생들은 제도적 차원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적 지위도 애매한 것이 현실이다. 학생 신분이면서도 학생이 아닌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로 취급받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이민호 군 역시 연장근로와 휴일·야간근로 등의 명목으로 거의 매일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 60~80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1차 조사결과 밝혀졌다. 사고현장에는 안전장치도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교육청은 뒤늦게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전면 철수와 복교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는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임기응변식 뒷북대응은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에만 그쳐선 안되며 철저한 개선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현장실습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교육당국이 이번에도 제도개선책을 내놓지 못하면 현장실습생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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