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사 엘리트 중심 서술 탈피해야"

"제주 여성사 엘리트 중심 서술 탈피해야"
김은석 교수 '제주 여성사 연구 회고와 전망 학술대회'서 제기
"여성사는 역사의 주체 여성 선언… 제주여성사학회 구성 검토를"
  • 입력 : 2017. 11.24(금) 19:15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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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제주대에서 '제주 여성사 연구의 회고와 미래 전망'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강경민기자

"여성 엘리트 중심의 서술에서 탈피하는 일이 제주 여성사의 과제라고 봅니다. 엘리트 여성의 전기류는 공적 영역에서 여성들의 능력을 입증해 흥미를 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 여성들을 주변화 시키고 주로 정치적 업적과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을 다룸으로써 여성 대부분이 삶을 살았던 사적 영역보다 공적 영역을 더 중요한 것으로 인정하게 만듭니다."

24일 제주대 인문대학 2호관 진앙현석관에서 열린 '제주 여성사 연구의 회고와 미래 전망' 주제 공동학술대회. 제주대박물관(관장 문혜경)과 탐라문화연구원(원장 전영준)이 주최한 이날 학술대회 기조 발표를 맡은 김은석 제주대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제주에서 지방 단위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여성사 관련 저술들이 출간됐고 이들이 제주 여성의 가시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사회, 경제에 대한 남성중심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진 제한적인 분석에 머물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해녀를 그 예로 들며 일부에서 '강인한 여성', '수출산업의 역군' 등의 각종 수사와 해녀 축제,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을 통해 '신화적 현재'를 창조해냄으로써 제주 여성의 정체성은 오히려 '망각'의 심화와 새로운 '기억'의 재생산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란 의견을 제시했다.

제주 여성사가 단순한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제주 여성의 과거에 대한 복원 없이 진정한 제주 역사의 정립은 불가능하다"며 "탈신화화를 통한 새로운 여성상을 정립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한 "엘리트 여성을 중심으로 제주 여성에 집착하다보면 여러가지 시각으로 제주 여성의 과거를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여성사는 여성이 단지 역사에 종속되는 존재가 아니라 역사의 주체로서 중요한 존재임을 공표하는 공적인 선언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일이라는 점에서 '제주여성사학회'를 적극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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