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진의 한라시론]구두계약도 계약인가요

[강명진의 한라시론]구두계약도 계약인가요
  • 입력 : 2017. 11.23(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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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구두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말로 즉 구두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구두계약이라 하며 서면계약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구두계약도 계약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맞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우리 민법은 계약체결 방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특정한 방식을 요구하지 않고 당사자의 의사합치만으로 계약이 성립되기 때문에 서면 또는 구두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두계약은 서면계약과 같이 동일한 효력을 갖긴 하지만, 계약 상대방이 계약 자체를 부정하거나 계약의 내용을 달리 주장할 경우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면 "돈을 차용해 달라"는 부탁으로 받고 구두로 차용계약을 체결하여 차용증을 교부받음이 없이 현금으로 돈을 대여해 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채무자가 차용한 사실을 부정하면, 채권자는 돈을 대여했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직접적인 증거인 차용증이 없는 구두계약으로는 입증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채권자가 채무자 명의의 통장으로 돈을 이체하여 대여한 경우도 채무자는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대여금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증여로 받았다거나 아니면 다른 거래관계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면, 차용증 없이 이체한 통장내역만으로 대여금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또 한 예로써 일부 사람들은 돈을 대여해 주면서 상대방의 명함만 받고 채무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한 차용증을 받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때에도 채무자가 스스로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법적조치를 위하여 채무자의 성명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나 아니면 주민등록상 주소를 기재한 소장을 작성하여야 하는데, 명함만 보고는 채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어 소장 작성이 불가할 수도 있다.

이처럼 구두계약은 그 내용 및 상대방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문서가 없으므로 상대방이 구두계약을 스스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강제적으로 법적 절차를 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우리민법은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계약은 이행 전에는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서면에 의해 체결된 증여계약과 달리 구두로 체결한 증여계약은 별다른 이유 없이 임의로 파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두증여계약에 대하여 상대방이 이행을 요구할 시, 증여자는 구두로 증여계약을 체결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 증여의 의사표시를 철회한다고 주장하면 당초 구두로 체결한 증여계약은 해제되어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된다.

끝으로 상대방을 강제적으로 의무이행을 하도록 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법에 규정이 있는 경우나 아니면 계약이 있는 경우다. 그런데 개인 간에는 대부분 계약에 의거 의무이행을 강제하는 법적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구두계약인 경우 상대방이 계약내용을 부정하면 서면계약과 달리 구두계약내용을 입증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있어 계약으로서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이 있다. 그러므로 구두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쉽고 편리한 면은 있지만, 법적인 보호 측면에서는 서면계약보다 보호를 받지 못할 경우가 많다.

<강명진 법무사 강명진 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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