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발길에 끙끙 앓는 제주 오름

밀려드는 발길에 끙끙 앓는 제주 오름
탐방객 발길에 용눈이오름 분화구 훼손
방송에 소개되면서 방문객 급증이 원인
백약이오름·금오름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수용능력 300명인데 많게는 1000명까지
행정에서는 방송사에 촬영 자제 요청도
  • 입력 : 2017. 11.22(수) 17:44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용눈이오름 분화구가 밀려드는 탐방객들의 발길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강경민기자

최근 급증한 탐방객으로 인해 제주지역 오름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22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용눈이오름 입구에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탐방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니 정상을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북서 경사면 탐방로 입구가 나왔지만 '생태계 복원을 위해 출입을 통제한다'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이 탐방로는 앞서 지난 9월 탐방객들의 '답압'으로 인해 경사면의 토사가 깎이고, 식생이 훼손됨에 따라 제주도가 출입을 통제한 구간이다.

 문제는 북서 경사면 탐방로가 통제되면서 탐방객들이 출입이 제한된 용눈이오름 분화구를 통해 정상으로 향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분화구 200m 구간에는 답압으로 인해 식물들이 죽고, 자갈과 붉은 흙으로 빨갛게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용눈이오름 분화구가 밀려드는 탐방객들의 발길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강경민기자

탐방객 부모(46·여)씨는 "분화구에 흙길이 나있어 진입해도 되는 구역인줄 알았다"며 "사람들의 발길로 인해 흙길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지역주민 A(68)씨도 "용눈이오름은 분화구의 모양이 용의 눈처럼 보인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데 지금 상황은 그 눈에 상처가 난 꼴"이라며 "행정에서 직접적은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용눈이오름뿐만 아니라 금오름과 백약이오름, 새별오름 등 제주도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오름의 수용능력은 하루 200명~300명이지만,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한 방송을 통해 오름들이 소개되면서 많게는 하루 1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오름을 탐방하는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훼손은 물론 화장실과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해달라는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며 "최근에는 방송 관계자에게 촬영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용눈이오름의 경우에는 분화구 입구에 출입을 통제하는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과 북서 경사면 탐방로를 재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05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