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라는 이름의 살인"…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후폭풍

"교육이라는 이름의 살인"…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후폭풍
정당·노동계·시민단체 등 잇딴 성명
유족, 사측과 합의 불발… 발인 연기
  • 입력 : 2017. 11.21(화) 16:4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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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중인 고교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하라는 각계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특성화고 3학년 등 청년 구직자를 위해 열린 청년취업일자리박람회 모습. 한라일보DB

현장실습 중인 고교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은 회사측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발인을 연기하고, 노동계와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은 일제히 현장실습제도의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제주도내 한 음료제조공장에서 현장실습 중 산업재해 사고를 당한 뒤 19일 새벽 숨진 이모(18)군 유가족들이 당초 21일 예정했던 발인을 연기했다. 유가족들은 회사측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후속조치 등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발인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군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각 정당은 학생들에게 부당한 노동과 위험한 작업환경을 부담시키는 현장실습제도의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제주도당도 21일 논평을 통해 "현장실습제도는 학생이 실습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위험한 작업장에 배치하고 장시간 노동을 시키며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이 제안한 '현장실습학생 노동재해 사망관련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동당제주도당 역시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는 취업률에 따라 학교지원금을 차별화하고, 목표취업률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는 통폐합하겠다고 압박해왔다"며 "현장실습은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전공과목에 대한 실습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교육당국의 취업률 올리기와 기업의 이윤추구 목적을 위해 사용돼왔다"고 비판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도 논평을 통해 "이번 사고에서 해당 학생은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하게 실업계고교로서 취업률이라는 성과주의에 희생된 측면이 있다"며 "교육당국은 이 문제를 보다 청소년들의 인권침해라는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당연히 현장실습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청년협동조합 제주청년노동행동 '알바비올리오도' 논평에서 "이번 사고는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의 권리를 무시하고 청소년을 싼 값에 일을 부릴 수 있는 생산의 도구쯤으로 여겨 온 현장실습제도가 만들어 낸 인재"라며 "더 이상 청소년노동이 교육당국의 취업률 올리기와 기업의 이윤추구 목적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제주알바상담소 역시 논평을 통해 "직업계고 학생들은 현상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체에 나가 제대로 된 교육 훈련도 없이 초저임금, 장시간 노동, 중노동, 성폭력 등 인권유린을 당한다"며 "저임금 노동력 제공으로 변질된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하고, 현장실습의 근거를 초·중등교육법에 마련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살인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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