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그들은 왜 격이 다른 가짜에 열광하는가

[책세상]그들은 왜 격이 다른 가짜에 열광하는가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 2018-아주 멋진 가짜'
  • 입력 : 2017. 11.17(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천연 가죽 대신 인조 가죽 등
기성세대와 다른 소비문화
가치있는 삶의 방식 선호

인조 모피를 천연 모피라고 속이던 시절이 있었다. 진짜여야 팔렸으니까. 그런데 진짜 가죽을 가짜라고 속여판 일이 있다. 2013년 미국의 유명 백화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진짜 가죽으로 만든 버버리 재킷 등을 내놓으면서 '페이크 레더' 제품으로 표기했다. 왜 이들은 소비자들을 속였을까. 그건 진짜보다 가짜를 홍보해야 제품을 파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2000년 영국에서 시작된 모피 생산을 위한 동물 사육 금지 정책은 스페인, 오스트리아, 브라질 등에 퍼졌다. 동물복지와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은 윤리·사회적 소비까지 고려한다. 거기다 가짜 가죽과 모피는 천연 재료로는 만들 수 없는 새롭고 과감한 디자인과 화려하고 컬러풀한 스타일을 구현해낼 수 있다. 천연모피와 가죽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 2018-아주 멋진 가짜'는 가치 있는 가짜, 격이 다른 가짜에 주목하는 오늘의 '욕망'을 들여다본 책이다. 지금, 이 땅의 소비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 살필 수 있다.

얼마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살충제 달걀 파동이 있었다. 에그포비아가 느는 만큼 미래 식량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가짜 달걀인 비욘드 에그가 한 예다. 비욘드 에그는 완두콩, 수수 등 10여가지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인공 달걀 파우더를 말한다. 달걀 대신 이 파우더를 쓰면 오믈렛이나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 수 있다. 진짜 달걀은 아니지만 맛과 영양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비인도적 동물 사육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잔인한 사육과 도축의 결과물인 천연 가죽보다 인조 가죽을 소비하는 이들이 늘고 고가의 오리지널 명품보다 하이패션과 스트리트패션의 콜라보 등 실험을 지지한다. '고급의, 격이 다른, 멋진, 세련된'이란 뜻을 지닌 '클래시(Classy)' 페이크가 트렌드다. AR과 VR로 대변되는 가상 세계는 여기에 더해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지워버리고 있다.

가짜는 태생적으로 진짜의 하위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 운명이 지금 바뀌고 있다. 오리지널이란 먼저 시작해 먼저 자리를 잡고 먼저 견고한 성을 쌓은 이들의 권력이었다. 밀레니엄 세대는 이를 부정한다. 기성 세대의 유산을 물려받기 보다 자기 세대에 맞는 새로운 유산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는 소비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이 진짜냐, 가짜냐 보다 무엇이 더 가치있고 멋진 라이프스타일과 소비문화를 이끌어내느냐가 핵심이 됐다. 진짜도 멋지지 않으면 가짜에 뒤처질 수 있는 시대다. 부키. 1만6000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09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