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재의 목요담론]제주에서 자연산 활어를 오래도록 먹고 싶은데

[이수재의 목요담론]제주에서 자연산 활어를 오래도록 먹고 싶은데
  • 입력 : 2017. 11.16(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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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는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운영된 지 벌써 8년째가 되는 해이다. 세계지질공원은 4년마다 재인증을 하는 체계이므로 2014년에 한 번 재인증을 통과하였으니, 이제는 인증과 재인증을 모두 거친 성숙한 지질공원인 셈이다. 재인증 시 요구한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여 향후 재재인증도 성공적으로 이루길 기원한다.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을 모두 보유하여 항상 자랑스럽지만, 방문객 조절에 관한 주제에서는 항상 먼 미래에는 해결될 것으로 치부하고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는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재 제주도는 방문객이 연간 1500만명 이상으로 2010년의 750만명보다 2배가 늘어났다. 그 당시에는 방문객 1000만명 돌파가 언제 될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었는데, 2013년에 1000만명을 돌파하고 작년 1500만명을 초과하였으니 그 방문객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2017년 9월 기준으로 작성된 제주관광협회 통계 자료에 의하면, 제주도는 휴양 및 관람 목적이 약 76%이고, 레저스포츠 비율도 약 10% 정도이므로 대부분의 방문은 우수한 자연경관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중국인의 방문 비율이 줄어든 원인도 있겠지만 외국인 방문 비율은 약 9%이므로 제주도는 여전히 내국인이 아주 많이 선호하는 곳이다. 흥미 있는 것은 단체 여행 비율이 약 5%이고, 부분 단체 여행이 약 10%로 개별여행이 전체의 85% 정도를 차지하여 이제는 개별 여행이 정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별 여행에서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 중의 하나는 먹거리일 것이다.

필자는 최근 도서 지역의 지질공원 사업을 참여하면서 제주도의 선례를 참고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그중 하나가 적정 관광객 숫자에 관한 것이다. 이는 간단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즉, 국내의 어느 섬 지역에 가면 자연산 홍합이 아주 크고 품질이 우수하여 고가에 팔리고 있다. 필자는 그 맛과 크기에 놀라면서 계속 그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하지만, 만일, 방문객이 늘어난다면 해당 지역의 공급자는 더 많은 홍합의 채취를 위하여 추가로 조업을 하게 될 것이고, 어쩌면 고기능 장비를 이용하여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곳까지 가서 가능하면 많이 채취하려고 할지 모른다.

그러면 어느 순간에는 이 지역의 자연자원의 공급 용량을 초과하는 시점이 올 것이고, 그때부터는 점점 희귀해진 홍합을 위해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될 것이고, 공급자는 더 찾아 나설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어 지속되면 해당 지역의 자연회복력은 감소하고 결정적으로 홍합의 어획량은 급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방문객 증가를 고려하여 식당, 가게, 교통 및 숙박시설 등에 투입한 비용 때문에, 지역에서는 외부에서 홍합을 수입하거나 대체 수산물을 개발할 것이다. 결국 해당 지역의 귀중한 여러 자연자원은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질 우려도 있다.

제주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자연산 활어를 적정한 가격에 맛볼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물론 경관을 즐기면 되지만 경관은 재방문 비율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맛은 기억 속에 오래 남고 먹거리를 주변에 권하는 것은 오래간다. 아무쪼록 제주도가 현명하게 판단하여 자연 자원의 지속 가능 이용 범위에서 관광의 명소로 발전하기 바란다.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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