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3생존희생자 아픔 정부가 나서 치유해야

[사설]4·3생존희생자 아픔 정부가 나서 치유해야
  • 입력 : 2017. 11.08(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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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의 비극과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통령 사과와 정부 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됐음에도 4·3이 해결됐다고 믿는 도민과 유가족은 드물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다. 4·3 생존희생자 문제도 현안 중의 하나다. 이들은 4·3의 참극 속에 겨우 생명을 부지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눈앞에서 가족을 잃은 고통을 겪은 이들의 가슴은 한과 응어리만 남았다. 그럼에도 지금껏 이들의 울분을 달래줄 변변한 조치조차 없었다. 4·3이 내년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생존희생자 상당수는 당시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김문두·정영은 교수팀이 최근 세계적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생존희생자들이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논문은 4·3과 관련 생존희생자의 정신건강실태를 의학적으로 보고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논문은 제주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2015년 발표한 제주4·3생존희생자 및 유가족 정신건강실태조사보고서 결과를 일반인 대조군(492명)과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 생존희생자 자살충동 유병률이 42.7%로 일반 대조군 15.4%보다 27.3% 높게 나타났다. 자살 고위험군 비율은 대조군에 비해 무려 7.5배나 높을 정도로 심각했다. 이에 앞서 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조사에서는 생존희생자 110명 중 43명(39.1%)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으로, 중증도위험군은 46명(41.8%)으로 조사됐다. 우울증의 경우 46명이 중증도로 나타났고, 응답자 중 50명(45.6%)은 자살 경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생존희생자들의 아픔은 결국 정부가 나서 치유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국가의 잘못된 공권력으로 막대한 희생을 초래하고 70년 세월 동안 아픔을 방치했던 만큼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수년동안 트라우마센터 건립 문제에도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4·3 70주년을 맞이해서도 생존희생자들이 고통을 이어가도록 해서는 안된다. 하루빨리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고 통합적인 대응관리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길이 곧 4·3의 완전한 해결로 나아가는 길임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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