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33)]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33)삭사울이라 불리는 사막의 나무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33)]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33)삭사울이라 불리는 사막의 나무
뜨겁고 건조한 기후도 견딜 수 있는 ‘사막의 나무’
  • 입력 : 2017. 10.23(월)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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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나무 숲.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건조한 날씨·영양분 결핍 잘 견뎌
모래 이동·날림에도 저항성 강해

김찬수 박사

거의 완전히 모래 아니면 자갈로 되어 있는 곳을 지나왔다. 알타이시에서 대략 50㎞ 정도 지점이다. 드문드문 사람 키 정도 되는 나무들, 멀리서 보아도 색깔이 진하지 않아 잎이 없거나 매우 작은 잎으로 되어 있을 법하다. 흔들림이 매우 유연해 나뭇가지는 가늘 것이다. 나무들이 많았다 적었다를 반복하면서 주위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야영할 자리를 빨리 정해야겠다. 기왕 그렇다면 나무들이 많은 곳에서 하룻밤을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나무는 삭사울(saxaul), 러시아어로는 카자흐스탄말 섹세빌(seksevil)에서 따온 삭사울(saksaul), 학명은 할록실론 아모덴드론(Haloxylon ammodendron)이다. 학명의 할록실론은 그리스어 소금을 뜻하는 할로스(Halos)와 사막을 뜻하는 아모(ammo)와 나무를 뜻하는 덴드론(dendron)으로 되어 있다. 이런 뜻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서 '사막나무'로 이름 붙인다. 사실 이 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에서는 이 나무를 일반적으로 '사막의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나무는 보통 2-8m, 드물게 12m까지 자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크게 자란 것이 3m를 넘지 않는다. 보통 2m 이하다. 줄기는 갈색인데 직경이 4-10㎝, 크게 자란 것은 25㎝까지 된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대략 5㎝ 전후다. 나무껍질은 마치 스펀지처럼 돼 있어서 누르면 탄력이 있다. 사막의 건조와 뜨거운 열기를 능히 견딜만하다. 그 외에도 이런 나무껍질은 순간적으로 내리는 빗물을 흘러내리지 않게 흡수해 저장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어린가지는 녹색이지만 오래된 가지는 갈색, 회색, 흰색이다. 잎은 매우 축약되어 있어서 마치 비늘처럼 보인다. 이것은 선인장의 잎이 가시로 변한 것과 같다. 이런 연유로 잎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꽃은 3-4월에 피기 때문에 이번 탐사에서는 볼 수 없었다. 열매는 길이 8㎜ 정도 되는데 마치 솔방울처럼 보인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숲을 이루기도 하지만 중동지역에서는 드문드문 흩어져 자란다.

이 종은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분포한다. 이란, 서아프가니스탄, 투르코마니아, 그리고 아랄로-카스피안에서 아무다리야, 중앙아시아 저지대, 몽골, 중국의 신장과 간수까지 분포한다. 사막, 모래언덕, 스텝의 모래땅 등 해발 1600m까지 분포하고 있다. 모래땅식물(psammophyte)의 하나다. 사구식물, 사생식물이라고도 하는데 해안, 큰 강의 물가, 사막과 같은 모래땅에 생육하는 식물들을 말한다. 극단의 건조와 영양분의 결핍에 견디고, 모래의 이동이나 모래날림에 대해서도 저항성이 있다. 지금 이곳은 사실 삭사울이라고 하는 비교적 대형의 모래땅식물이 분포하는 곳으로서는 가장 동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곳이다.

1829년 칼 아톤 폰 메이어라는 학자가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했다. 당시에는 지난 31회에 소개했던 짧은잎뿌리나무(Anabasis brevifolia)와 같은 속으로 판단했었다. 그러나 그 후 1851년 알렉산더 붕게가 추가연구를 통해 지금의 학명으로 명명한 뒤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털사막지치.

점박이사막지치.

사막나무와 함께 살고 있는 작은 꽃들도 있다.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지치과의 털사막지치(Arnebia fimbriata)를 들 수 있다. 아르네비아는 아라비아어에서 나무이름으로 쓰는 말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 핌브리아타는 라틴어로 '억센 털이 있는' 뜻을 갖는다. 그리고 이 종의 영어이름은 회색털 아르네비아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여기서는 '털사막지치'로 이름지었다. 이 종은 중국의 북부 고비사막과 몽골고비사막에만 분포한다. 몽골에서는 고비사막동서로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데 알타이에서는 남부지방에 국한해서 분포한다.

같은 지치과의 점박이사막지치(Arnebia guttata)도 간혹 눈에 띈다. 학명의 구타타는 라틴어로 '점이 있는' 뜻이다. 노란색의 꽃잎에 갈색점이 선명하다. 이런 뜻을 살려 '점박이사막지치'로 이름 지었다. 주로 고비사막에 분포한다. 아프가니스탄, 북서인도, 카지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파키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사막지치속(Arnebia) 식물은 북아프리카, 유럽, 중앙아시아, 남서아시아, 히말라야에 25종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몽골에 6종, 러시아에 10종, 중국에 6종이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한 종도 알려진 바 없다. 그래도 이 식물들이 속한 지치과는 우리나라에 13종이 있는데 그 중 6종이 한라산에 자라고 있다.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사막서 발견되는 유일한 나무

이 나무를 중국에서는 건조에 견디는 능력이 매우 크다고 해 대규모로 조림하고 있다. 사막화 방지의 방편으로서 모래언덕의 고정과 피난처 벨트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나무껍질이 두꺼워 수분을 저장, 이 물을 짜 마실 수도 있는데 이 나무들이 자라는 곳의 물 공급을 위해서도 중요한 원천이 된다. 고비사막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무는 이 나무가 유일하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난방이나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땔감으로는 유일한 존재다. 그래서 이 사막나무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러시아제국 해군이 처음으로 증기선을 육지로 둘러싸인 아랄해에 가져왔을 때 지방 총독 바실리 페로프스키는 아랄스크항 사령관에게 이 나무 목재를 가능한 한 많이 조달할 것을 명했다. 1851년 이 증기선의 첫 항해에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나무는 증기선에 적합하지 않았다. 나무가 단단하고 유지가 많아서 베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울퉁불퉁 비틀어지고 뒤틀려서 그 배에 쌓아 둘만큼 충분한 공간도 없었다. 그래서 다음해 항해부터는 멀리 오렌버그에서 석탄을 옮겨와 연료로 쓰게 됐다.

우즈베크 역시 아랄해가 마르면서 남겨진 독성이 강한 소금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아랄사막에 이 나무를 심고 있다. 이 소금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 여러 가지 건강에 나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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