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득보다 실이 많은 성과급 연봉제

[특별기고]득보다 실이 많은 성과급 연봉제
  • 입력 : 2017. 10.19(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모든 직장이 마찬가지겠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고민스러운 일도 있다. 걱정거리나 고민이 없는 직장이 없겠지만 가끔은 전혀 소용없는 소모적인 고민거리도 있다. 대학교의 삶에서 이러한 소모적인 고민거리 중 하나라면 성과급 연봉제에 관한 일일 것이다. 나는 이번에 정부가 바뀌면서 정치인들이 충분히 대화하여 성과급 연봉제를 없애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없어지지 않았다.

입사 당시는 신입 교수들끼리의 문제여서 그것이 큰 문제로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제주대에서도 얼마 전부터 전체 교수가 성과급 연봉제의 대상자가 되었다. 그래서 지난여름에는 학내의 어떤 교수는 평가의 방식을 양적인 평가에서 질적인 평가로 바꾸어야 한다며 메일을 보내기도 하였다.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점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성과급 연봉제 문제의 본질은 '성과에 따라서 급여가 달라진다'는 것에 있고, '이러한 것이 옳은 것인가?' 혹은 '효과적인 것인가?'에 있는 것이지 '평가 방법의 공정성'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지극히 전문분야의 교수들의 논문이나 저서 혹은 강의들을, 그것도 서로 다른 학과의 교수들의 업적을 어떻게 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학문의 결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것을 급여와 관련시키는 자체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방법론에 대한 찬반은 곧 '제도의 긍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이 제도의 폐지를 먼저 고민해보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모든 전문 직업이 그렇겠지만, 교수들이 학문적 연구에 매진하는 것은 '사회적 공동선'을 위한 가장 우선적인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일이 '좋은 성과를 위한 것'으로 혹은 '더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한 것'으로 비춰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모두를 위해 마이너스가 되는 일이다. 모든 관점을 고려해보아도 성과급 연봉제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은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않아도 대다수가 긍정할 것이다. 만일 필요하다면 좋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나의 경우는 입사 때에 법적 절차에 따라서 '성과급 연봉제'에 사인을 하였다. 그것이 말로 하는 것이든 문서로 하는 것이든, '약속'은 신성한 것이다. 그래서 무슨 성명서를 내거나 할 마음은 없다. 나는 최소한 행정에 관한 모든 일은 법적인 근거에 따라서 정당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누군가 성과급 연봉제의 타당성에 대해 법리적 검토를 하고 헌법소원이라도 해주었으면 한다.

최근에 성과급 연봉제는 없어졌지만, 성과급적 급여제는 유지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학문적 업적을 평가하고 이를 급여와 관련시킨다는 그 본질은 유지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이러한 제도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비록 적은 돈이지만 지난해에 성과로 인해서 내가 '더 많이 받게 된 금액(평균이상의 금액)'의 전액을 '제주의 소년 소녀 가장을 위해' 기부하기로 하였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렇게 하고자 한다.

이는 학자들이 돈 때문에 학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한 징표가 될 것이며, 또한 연봉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동료들의 급여 일부를 '사회적 공동선을 위해 쓰고 있다'는 건강한 의식을 가지게 할 것이라 생각한 때문이다. <이명곤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57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