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Ⅶ 건강캘린더](31)난자의 냉동보관(동결보존)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Ⅶ 건강캘린더](31)난자의 냉동보관(동결보존)
늦은 결혼… 유행 따르는 사치? 자신을 위한 현명한 투자?
  • 입력 : 2017. 10.19(목)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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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난자를 주제로 지난 9월 18일 방송된 EBS1 '까칠남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인 사유리는 냉동 중인 본인의 난자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영하 180도에서 잘 보관 중이다"라고 전했다. EBS 화면 캡처

35세 이상 인공수정 성공률 54% 그쳐
해동 후 생존율·임신성공률 아직 낮아
임신 미루는데 효과… 선택 심사숙고

37세 골드미스 여자 연예인은 한 방송에서 올해 초 난자를 냉동보관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검사결과 "지금 아니면 난자 보관도 힘들다"는 의사의 말에 동결 보관을 결정하게 됐다고 그 계기를 밝혔다. 아직은 생소한 난자 동결 보관법은 과연 미혼의 여성에게 필요한 선택일까? 아니면 단지 유행을 따르는 사치일까? 제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 박소연 교수의 도움으로 난자의 냉동보관에 대해 알아본다.

난자 동결 보관법은 새로운 의학기술이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또는 난소에 종양이 생겨 난소를 제거 해야 하는 경우 등 난소기능의 상실을 가져오는 의학적 치료예정인 여성들이 가임력 보존을 위해 난자를 장기간 냉동보관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만혼을 대비하기 위한 이유로 난자를 보관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2016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병원 26곳에서 약 4500개의 냉동난자가 보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의 나이와 가임력의 감소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사상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여성의 초혼 연령은 2001년 26.8세에서 지난해 30.1세로, 첫째 아기를 낳은 엄마의 평균 연령은 2000년 27.68세에서 지난해 31.37세로 높아졌다. 그렇다면 여성의 나이와 가임력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실제로 나이가 많으면 임신이 잘 안될까? 안타깝게도 임신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난자(나중에 정자와 만나 아기를 만든다)를 생산하는 난소는 여성의 나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나이가 들수록 난소는 늙고 난자를 잘 만들지 못한다. 실제 가임기 동안에 배란되는 난자는 400~500개인데 여성의 수태능력은 20~30세가 가장 높으며 이후 감소하다가 37~38세쯤부터는 난포의 고갈이 가속화되는 시기로 수태능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40세 이상인 경우 자연임신의 가능성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인공수정을 하더라도 31세 이전에는 74%가 임신에 성공하는 반면 35세 이상에서는 성공률이 54%로 감소한다.

# 난자 동결보존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난자동결보존은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키지 않고 난자 상태에서 동결 보존하는 방법으로 1986년 이 방법으로 첫 출산이 보고됐다. 하지만 배아동결보존에 비해 임신율이 저조해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동결과 해동 기술의 발전으로 배아동결보존과 견줄만한 임신성공률을 보여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난자동결보존은 수술이 필요 없는가 하면, 암세포 오염의 걱정이 없고, 체외숙성으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배아동결보존(난자와 정자를 수정해서 냉동보관)과 달리 법적, 윤리적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 난자 동결은 언제 선택하면 좋을까?

과거에는 난소독성이 있는 항암, 방사선 치료를 시행 받을 여성의 생식력을 보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난소조직을 일부 또는 전체 절제해 동결보존 후 이식하는 방법뿐이었으나 난자동결방법의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가임력 보존의 기회를 넓혀줄 수 있게 됐다. 또 결혼이 늦거나 교육 및 사회경력을 쌓느라 임신을 미뤄야 하는 경우 난자 냉동보관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난자는 35~37세 이후 수와 질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가급적 젊은 나이에 난자 채취 및 동결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 난자 동결보존의 부작용은?

우선 시술비용이 부담이 된다. 현재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자동결을 위한 시술은 정부 지원 및 보험혜택이 되지 않는다. 배란유도제와 시술비 그리고 난자 보관료까지 300만~600만원정도가 필요하며 5년 후 난자 보관을 연장하기 위해 추가 금액이 필요하다.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는 개인별 차이가 있지만 오심, 구토, 현기증, 무력감, 하복부 불편감, 두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배와 폐에 물이 차고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난소과자극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난소 채취과정에서는 심각한 합병증은 매우 드물지만 통증을 동반하고, 채취부위의 질출혈,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고려해봐야 할 점은 난자동결보관의 임신 성공률이 초창기보다는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해동 후 생존율과 임신 성공률은 낮은 상태로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 임신, 미뤄도 될까요?

미국의 대표기업 애플과 페이스북은 2015년부터 여성직원들이 원한다면 난자냉동비용을 2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원한다면 자녀계획을 미루고 직장생활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한 35세 여성 또한 두 가지 길에서 고민하게 된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하는 일과 학업에 매진할 것인가. 결혼을 하고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임신을 포기하고 일과 학업에 매진하면 경력은 쌓이지만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가 남는다. 난자동결보존은 임신을 미루는데 있어 매력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임에 틀림없다. 다만 난자동결보존을 선택하기 전에 왜 임신을 미뤄야 하는지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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