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딸 하나 있지?"… 제주해군기지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너 딸 하나 있지?"… 제주해군기지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강정마을회 등, 해군·경비원 용역계약 공개
"개인정보 수집·협박 다반사… 갈수록 과격"
  • 입력 : 2017. 10.17(화) 17:58
  • 표성준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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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 등이 17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해군이 민간 경비원을 고용해 조직적으로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펼치는 민간인의 가족관계 등을 파악하고 불법 감시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정마을회 등이 공개한 해군과 경비원 간 맺은 '계약특수조건'에는 경비근로자의 수행업무에 '시위확인 및 대응' 등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정마을회,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전국회의는 17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해군이 주민·평화옹호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당사자에게 위협과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 SNS를 감시하는 등의 불법적인 각종 인권침해와 탄압을 자행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노골적이고 과격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최근 밝혀진 바에 의하면 주민들이 법적으로 보장받은 집회를 하는 동안에도 해군은 민간인 경비용역을 고용해 채증과 협박, 욕설을 지속해왔다"며 "경비용역 개개인의 인성의 문제이거나 몹쓸사람만 고용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나 했더니 해군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사찰이 이뤄졌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기룡 범도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도 "해군 지시면 국방부가 알고, 청와대 국가안보실도 안다. 조직적·전략적·체계적으로 공권력을 동원해서 행해진 민간인 사찰의 최종 책임자는 결국 청와대가 아니냐"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처럼 제2공항과 관련해서도 국방부의 사찰이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너무 무서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마을회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군제주기지전대 근무지원대와 감시직 경비근로자(경비원)가 체결한 용역계약의 '계약특수조건' 문건도 공개했다. 이어 협박과 불법 사찰 등의 피해를 받았다는 강정주민들의 증언이 진행됐으며, 관련 영상이 공개됐다.

 7년간 강정마을에 살고 있다는 서울 출신의 한 주민은 "어느날 경비원이 해군기지 정문 한 켠에서 큰 칼을 숫돌에 슥삭슥삭 소리내어 갈면서 '밤길 조심하라'고 협박해왔다"며 "올 봄 정문 앞에서 인간띠 문화재를 기록하던 중에는 '너 서울에 딸 하나 있지? 딸 제대로 살게 하려면 적당히 해라'고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이 주민은 "서울에서 내려온 지 7년이 됐고 딸은 서울에 사는데, 나의 신상정보를 누구에게 받았는지 정말 궁금하다"며 "내가 딸을 위해 여기를 떠나야 하나. 그 공포감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놀랐을지. 식칼을 들고 딸을 거들먹거리면서 그런 야비한 방법으로 우릴 와해시키려고 별짓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주민은 "해군들이 마을 안에 들어와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일이 다반사인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 청소년이 제지하는데도 현행법상 술을 마실 수 없는 편의점에서 술을 마신 일이 있었다"며 "이 이야기를 아르바이트생에게 전해 듣고 SNS에 올린 지 2일 후 그 아르바이트생으로부터 해군이 편의점에 찾아왔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주민은 "해군이 SNS를 보고 아르바이트생을 찾아간 사실은 경악스럽다"며 "결국 그 친구는 무서워서 아르바이트를 구만 두게 됐다. 마을주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생존권을 박탈당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강정마을회 등은 이날 기자회견이 해군의 불법 민간 사찰 사실을 알리는 시작이라고 말해 앞으로 계속해서 관련 문제를 제기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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